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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고 4회의 딸 '안산' 선수의 3관왕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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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고 4회의 딸 '안산' 선수의 3관왕을 축하하며
  • 정한성
  • 승인 2021.08.1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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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성∥강진고 교장

2020 도쿄 올림픽  양궁에서 안산 선수가 2관왕에 올랐을 때부터, 강진군의 모든 게시판들은 '안산' 선수를 축하하는 현수막들로 거의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안산 선수가 양궁 역사상 세계 최초로 3관왕에 등극했고, 하계 올림픽에서 우리 나라 선수로선 최초로 3관왕에 오르는 영광의 기록까지 같이 수립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안산 선수가 광주 체육중고를 나오고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라 강진과 무슨 연고가 있을까 궁금해할 것입니다. 현수막에 있는 문구들을 보면 안산 선수의 부친인 안경우 씨의 고향이 강진읍 남포마을이고, 안 씨는 강진고 4회 졸업생임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강진고 총동문회에서 내건 '강진고 4회 동문 안경우의 딸 양궁 국가대표 안산 도쿄 올림픽 금메달'이란 현수막을 필두로 여기저기에 이런 문구들이 걸려 있습니다.

ㅡ 해냈다! 강진고의 딸 "안산"
ㅡ 장하다! 강진고 4회의 딸
ㅡ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강진의 딸,  2020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 획득 " 안산"
ㅡ 장하다 "금빛" 화살을 쏘다

강진고의 기수별 동문들은 물론 강진 주민들이 여기저기에 현수막을 내걸며 축하를 해주고 있습니다. 강진고 동문들과 고향 사람들의 끈끈한 정과 자부심이 현수막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더욱이 부친이 강진고 동문이라하니 강진고 교장으로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비단 이 기분은 저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일 겁니다. 그래서  2관왕에 올랐을 때 강진읍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을 핸드폰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강진고총동문회장님께 안경우 동문의 핸드폰 번호를 물었습니다. 핸드폰에 담긴 사진들을 첨부하고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진고  교장 정한성이라고 합니다. 먼저 강진고 4회 졸업생이신 동문님의 따님이 도쿄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양궁 3관왕에 등극할것을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지금 강진은 안산 선수를 축하하는 프랑카드로 가득차 있습니다. 강진고 동문, 강진 군민,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따님에 대한 뜨거운 응원이라 생각됩니다. 바쁘실 것 같아 먼저 문자 드립니다. 3관왕이 되는 날 축하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반갑게도 안경우 동문이 연락을 주었습니다. 광주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 안 동문님께 다시 한번 더 축하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강진군이 온통 안산 선수에 대한 응원의 현수막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더니 무척 고맙다는 말을 전해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께 자기 딸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아 좋다는 말도 전합니다. 아울러 강진에 오면 한번 모교를 방문하겠다는 반가운 말도 덧붙여줍니다. 그리고 짧고 굵게 '화이팅'을 외치며 전화통화를 끝냈습니다. 안산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건 김제덕 선수가 외쳤던 "코리아 화이팅"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아마 이 '화이팅'은 3관왕을 향해 나아갈 '안산'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열렬히 응원해준 강진고 동문을 비롯한 강진군민 나아가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의 메시지도 담고 있을 거라 생각됐습니다. 처음으로 통화를 했지만, 무척 포근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안산 선수가 조그마한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통해 어떤 겸손함이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가슴 아파하며, 그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어떤 애국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안산 선수의 금메달도 빚나지만, 부모님의 가르침도 그 금메달 못지 않게 빚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여러 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보고서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경우 동문은 "산이가 경기에 나가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까봐 통화도 하지 않는다"며 "도쿄에서 메달을 더 따면 좋겠지만 부모로서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처음 나간만큼 많은 것을 보고 배워 운동선수 안산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고 합니다.

무척 사려가 깊으며, 오로지 운동만을 하는 사람이 아닌 견문이 넓은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아버님의 마음이, 그리고 그 가르침이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안산 선수가 돌아오면 평소 좋아하는 애호박찌개를 맛있게 끓여주고 싶다는 어머님 구명순씨의 말씀은 교육자인 저에게 찡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초중고ㆍ대학교 지도자님들이 없었다면  산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오늘의 결과는 모두 감독님들 덕분'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을 위해 가르침을 주신 분들께 모든 공을 돌리는 어머님의 이런 마음은 안산 선수에게 스승님을 신뢰하게 하고, 배움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안경우 동문은 안산 선수가 3관왕이 돼 금의환향하는 날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간다면서 전화를 주었습니다.

안산 선수가 국가대표가 된 후 불과 몇 달 안됐는데, 또 다른 안산으로 변했다며 우리 나라 양궁 대표 선수 훈련 시스템이 세계 최고라는 말을 전합니다. 이 말을 들으며 이 분은  감사하는 마음이 뼈 속 깊이까지 스며들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월 6일에는 강진군과 체육회에서  대한민국의 영웅이 된 안산 선수와 부모님을 초청해 환영회를 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 안 동문과 통화를 했는데 안산 선수는 "아빠의 고향이 이런 곳이었어"라며 강진군민들의 열렬하고 성대한 환송에 놀라워하며 감격해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날 안 동문은 아무 연락도 없이 모교인 강진고를 들러보았다고 합니다. 방학 중인데 연락을 하면 혹시 학교가 번거러워 할까봐 그랬다는 겁니다. 나중에 학교의 여러 모습과 학교 체육관 벽에 새겨진 오륜기 등을 찍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체육관 벽에 있는 오륜기가 무척 의미있게 다가 왔다며 다음에 강진에 내려가면 꼭 학교에 들릴 터이니 따뜻한 차 한잔 부탁한다고 합니다. 

항상 겸손하게 살며, 자기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새삼 느껴보았습니다. 아마 이런 마음은 또다른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안산 선수는 15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는 150점 만점에 도전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부모님의 이런 가르침과 지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신뢰, 그리고 안산 선수의 집념과 의지가 결합된다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한민국에 크나큰 힘을 불어 넣어준 안산 선수, 그리고 그 안산 선수에게 큰 가르침을 주신 부모님. 안산 선수의 목에 걸린 3개의 금메달에 부모님의 금메달까지 더해져 2021년의 여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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