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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정치(王道政治)와 정전제도' 맹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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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정치(王道政治)와 정전제도' 맹자(3)
  • 강성률
  • 승인 2020.05.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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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 ⑩

지난 호에서는 각 개인의 수양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한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통치의 면, 즉 백성들을 잘 다스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하여 맹자는 성선설을 바탕으로 각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국가 사회에 실현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사람의 본성은 어질기 때문에, 위정자는 인의(仁義)로써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이른바 왕도정치(王道政治)가 그 정치론의 핵심이다. 왕도정치는 먼저 공리주의(功利主義, 공로와 이름, 이익과 욕망을 모든 가치의 원리로 보는 사고방식)를 배격한다. 맹자는 양나라 혜왕에게 공리주의의 폐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충고하고 있다.

“만약 임금께서 어떻게 해야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주장하신다면 대부(大夫)들도 어떻게 해서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하고 말할 것이며, 또 선비나 백성들도 어떻게 나 자신을 이롭게 할까 하고 말할 것입니다. 이렇게 위아래가 서로 자기의 이익을 얻기 위해 다투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고 말 것입니다. 또한 신하된 자가 자기이익을 생각해서 임금을 섬기고, 자식 된 자가 자기이익을 생각해서 어버이를 섬기고, 동생 된 자가 이익을 생각해서 형을 섬긴다면 그것은 인의가 아니라, 이익 때문에 서로 만나는 것이 됩니다. 그러고서도 멸망하지 않은 경우는 여태껏 없었습니다”라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둘째, 왕도정치는 백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 즉 민생(民生)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백성들은 항산(恒産, 일정한 생업의 수입)이 있어야 항심(恒心, 영구히 변치 않는 착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왕들은 우선 백성들의 생산능력을 안정시켜 위로는 부모를 봉양할 수 있게 해주고, 아래로는 아내와 자녀들을 부양할 수 있게 해주며, 풍년에는 배불리 먹고, 흉년에는 굶어 죽지 않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맹자는 백성들의 생업을 보장해주기 위해 정전(井田)제도의 실시를 주장하였다. 이 제도는 여덟 집이 일 정(一井, 사방 각 1 리, 약 392미터로 둘러싸인 면적의 토지. 900무)이 되어 집집마다 100무(畝)의 토지를 받아 농사를 짓되, 우물 정(井)자 안에 위치한 공전(公田, 공동의 밭) 100무는 공동으로 경작해 그 수확물을 나라에 세금으로 바치도록 하는 것이다.

맹자에 의하면, 5무 되는 집터 안에 뽕을 심고 누에를 치면 쉰 살의 늙은이도 모두 비단옷을 입을 수 있고, 닭과 돼지를 길러 새끼 치는 것을 돌봐주면 일흔 살의 노인도 모두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백성들에게는 생업을 보장해준 뒤에 비로소 도덕적인 생활로 이끌어야 하는 반면에 지도층에게는 생업에 좌우되지 않고 도덕적인 생활을 솔선수범하도록 해야한다.

그리하여 나라에서는 이들에게 먹고 살만큼의 녹봉(봉급)을 주되, 그렇다고 정치지도자들은 재산을 쌓아놓아서도 안되고, 부와 사치, 음란을 누려서도 안 된다. 정치지도자는 백성들에게 어질고 너그러운 정치를 베풀어야 한다. 형벌을 줄여주고 세금을 가능한 한 적게 거두며 각각 편안한 마음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먹고사는 일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데 있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효성과 공경, 우애와 진실, 신의의 도덕을 닦아 살고 죽는 일에 유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맹자는 인의(仁義)를 숭상하고 덕(德)을 본위로 하는 왕도정치가 이(利)를 숭상하고 힘을 본위로 하는 패도정치(覇道政治)보다 우월하다고 말한다.

[광주교대 교수·철학박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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