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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엄마와 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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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엄마와 쑥떡
  • 박윤자
  • 승인 2021.03.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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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자∥낙안초 교장 

전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업무 협약으로 전국 최초로 실시된 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이 운영중에 있다. 

낙안초등학교에는 농가형(홈스테이)8명의 학생과 가족체류형(5가구) 9명의 학생이 서울에서 유학을 왔다. 벌써 3주가 지나 낙안 아이, 서울 아이 구별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적응을 잘하고 있다.

학생들만이 아니라 함께 오신 가족들 역시 매일이 새롭고 신기할뿐이다고 말씀하신다. 농촌 생활에 익숙한 필자로써는 도대체 무엇이 새롭고 신기하다는 것인지 오히려 궁금할 정도다. 그러던 차에 어제 오후 한 통의 전화가 결려왔다.

서울에서 오신 학부모 두 분께서 학교에 직접 와서 교장인 필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10여분이 지나 두 분의 서울 학부모님들이 오셨다. 작은 종이봉투에 절편 한 접시를 담아오셨다. 아직 떡의 온기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베어 있는걸 보니 방금 해온 떡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낙안살이 첫 산물이 쑥떡인데 감사한 분들께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가져오셨다는 것이다. 

학교를 방문해 들려준 서울 엄마들의 이야기가 재밌다. 시골 생활이 처음인 두 사람은 마을 주변을 산책하다 파릇파릇 올라 온 쑥을 캤다. 맑은 공기 마시며 햇볕을 쪼여가며 쑥을 캐는데 너무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몰라 많이 캤고 양이 너무 많아 고심끝에 쑥떡을 하자고 결정했다.

쑥을 깨끗하게 씻고, 쌀을 적당히 담아 벌교에 있는 떡집으로 갔다. 서울 엄마들은 “쑥이 너무 많지요?”하고 바구니 가득 담긴 쑥을 내밀었다. 하지만 방앗간 주인은 오히려 “쑥이 너무 적은데요?”해서 너무 놀랐다고 한다. 그렇게 많아 보이던 쑥을 삶고 보니 두 손안에 담길 정도로 양이 줄어 쑥떡하러 갔다가 흰떡만 더 많이 들고 왔다고 했다.

가져온 절편 중 쑥떡은 3조각, 흰떡이 7조각이었던 이유를 알았다. 서울에서 완제품을 사 먹어보긴 했어도 떡집에서 직접 떡이 만들어져 나오는 과정을 보니 신기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직접 캔 쑥이라서 느낌이 좋았고 평생 잊지 못할 낙안살이가 될 것 같다고 미래에 다가올 행복까지 자랑했다.

필자는 이들 서울 엄마들에게 앞으로 있을 ‘뚤레뚤레 배꽃길 걷기, 채소 기르기, 딸기 따기' 등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농촌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며 참여를 권장했다. 서울 엄마들은 “낙안에서 하는 체험은 모두 참여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또 “손이 부족한 낙안에서 일을 도와 주시면 일당 대신 신선한 야채로 드리겠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면서 "너무 신선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사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이고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평소 자주 해오던 일이 때로는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귀한 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하루하루 정성스럽게 생활하겠다고 다짐한다. 서울 엄마들의 낙안살이가 그분들의 바람대로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길 기대한다. 또 함께 유학 온 아이들도 엄마들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교육활동에 정성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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