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2020 교육, 그 혼돈을 돌아다 보니"
상태바
"2020 교육, 그 혼돈을 돌아다 보니"
  • 구신서
  • 승인 2021.01.17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신서∥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 자문관

멀리 보면 산들은 그저 밋밋한 형상이다. 그러나 그 속에 들었을 때에는 오르막이 가파르고 계곡이 깊다. 문득 길을 잃고 숲에 묻히게 된다. 2020년 한해가 그랬다.  

사회 전반의 모든 시스템이 예측이 불가능하고 대비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옛 질서와 일상은 다시 오리란 보장이 없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희망도 불투명한 시간들이 2021년 들어와서도 계속되고 있다.

마스크, 손 씻기, 악수의 어색함과 종말, 끝없는 예방행정 문자가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겠지만 감염병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비롯한 누구로부터도 배웅 받지 못하고 삶을 외롭게 마감하고 있다.

삶에 있어서 결혼이라는 절차는 모두에게 축복받아야 함에도 준비하지 못한 방식으로 때우듯이 행사를 치르고 있다. 청년고용, 소상공인, 가족경제, 고립되어 더 외로워지는 독거노인, 만남과 접촉이었던 인간관계의 훼손, 콘택트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의 언택트 일상에서의 소외 등 수많은 예측하지 못한 삶을 지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흐름도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 자연과의 공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의 확대, 민주주의, 소통, 협력, 연대의 가치 같은 것을 삶과 일상에 구현 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파괴, 탐욕, 착취, 은폐, 무한 경쟁, 불평등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교육 분야도 혼란과 새로운 적응의 연속이었다. 개학연기, 등교, 다시 비대면 온라인 수업 등이 반복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온 교육과 학교의 1년이었다. 

2020년 그 혼돈의 교육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 자가 발생하자  시·도와 학교별로 개학이 2월 초로 연기가 되었다. 신천지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비롯된 대구발 1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확진자가 급속히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교육부는 개학연기를 발표하고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됐다. 3월에 초중고 개학을 추가로 연기함에 따라 방학이 길어지고 입학생들은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고 담임교사나 수업담당 교사를 대면조차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4번의 개학 연기 후 38일 만에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혼자 생활하고 공부하는 자녀에 대해 가족과 사회의 돌봄의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중요해졌다. 장기간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상황에서 집에서의 생활이 오래됨에 따라 아동학대 사건과 보호자로 부터 방치된 상황이 빈번해지고 그동안 쌓여있던 모순들이 수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굶는 아이가 생기고 인천에서 두 형제가 라면을 끊여먹다가 화재가 발생한 일명 ‘인천 라면 형제 화재’ 가 발생했다.

학생들은 일상의 무료함에 지쳐서 우울증에 걸리고,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우리 사회와 교육의 취약지대의 민낯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제반 상황을 그 보호자만 탓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8월 광화문 보수단체와 일부종교단체가 주도한 집회이후 2차 대 확산이 시작되자 다시 2학기 초중고 등교수업이 중단되고 개학이 미뤄졌다. 

9월에는 현재 구속된 원세훈 국정원장에 의해 기획되고 박근혜 정부의 무모한 실행에 의해 노조 아님을 통보 받은지 7년 만에 ‘그것이 위법처분’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합법 노조의 지위를 회복했고 해직교사는 학교로 돌아가 다시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최대의 행사인 대학수학능력 시험마저 26년 만에 12월 3일로 연기돼 실시됐다.

수능을 앞두고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조치가 강화됐다. 마스크에 책상 가름막까지 설치되고 교실당 수험생 인원수도 줄여서 수능은 시행됐다. 12월 하루 확진 자가 1000명이 넘어서는 3차 대유행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상향돼 진행되자 다시 등교중단지침이 내려지고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됐다.  

드러나는 문제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2021년
먼저, 비상시의 교육은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며 어떤 기준과 시스템으로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전 분야에서 집단 활동이 중단 및 취소되고, 필수적이거나 공통적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집단 활동을 강행하는 것이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행이나 인적 교류 등의 개인적 활동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제하는 와중에 교육은 멈춤이 불가능한 인간의 필수적인 활동인지를 묻게 된다. 만약 교육이 어떤 상황이더라도 그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필요불가결한 활동이라면, 기준 없이 그때 그때 대응하는 방식에서 항상적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학교 폐쇄와 등교를 번갈아 진행하고 있는 팬데믹 시기는 안전, 학습, 생활을 동시에 도모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회가 위기에 처할수록 가장 먼저 위험에 내몰리는 것은 그 사회의 취약층이다. 비대면의 장기화와 심화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피해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래서 국가는 그런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셋째, 온라인 학습은 정상적 학교일상과 학교폐쇄의 중단상황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원격교육에 주목하고 있지만 세상이 멈췄다가 다시 작동하는 마당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르고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할 수는 없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면대면 교실수업과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혼용해 진행하는 불랜디드 학습이 새로운 대안수업과 학습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등교시에는 수행평가, 과제 점검 등 역전의 과정이 교육의 질을 심대하게 저하시키고 있다. 온라인으로 평가, 과제, 예습 복습, 개별지도 등을 진행하고 등교시에는 대면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돌봄, 기초학력 저하와 수학과목에 대한 낮아지는 성취도, 비대면 수업의 질 향상, 학생들의 사회성 저하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이 세워지고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변화의 선상, 예측하기 힘든 미래,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시기다. 포스트 코로나 교육은 혼자 학습하는 능력,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요 받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는 새로운 세대는 자신의 목적에 맞게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기성세대가 미래를 제시하지고 못하는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힘을 기르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