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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과 가식을 버려라 (老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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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과 가식을 버려라 (老子)(2)
  • 강성률
  • 승인 2020.06.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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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⑬

낙양을 떠날 무렵, 공자가 다시 노자를 찾아 작별인사를 드리자 그는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고 한다.

“부자는 재물을 가지고 사람을 배웅하고, 선비는 말로써 사람을 배웅한다고 하오. 그런데 나는 돈이 없으므로 선비의 흉내를 내 말로써 선물을 대신할까 하오. 총명한 사람이 자칫 죽을 고비에 이르게 되는 것은 남의 행동을 잘 비평하기 때문이오. 또 학식이 많은 사람이 자주 위험한 고비에 부딪치는 것은 남의 허물을 잘 지적하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자기의 주장을 함부로 내세워서는 안 되오!”

이 말을 듣고 돌아간 공자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새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물고기가 헤엄을 잘 치며 짐승이 잘 달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는 활을 쏘아 잡을 수가 있고, 물속을 헤엄치는 고기는 그물을 쳐서 잡을 수가 있고, 달리는 짐승은 덫을 놓아 잡을 수가 있다. 하지만 용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용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구만리 하늘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니, 내가 만나본 노자는 바로 용이었다”

과연 큰 도(大道)란 무엇인가? 노자에 의하면 그것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다. 위대한 도가 무너졌기 때문에 인의(仁義)가 생겨났고, 지혜가 나오고 나서 큰 거짓이 생겨났고, 집안이 불화하기 때문에 효와 자애가 강조됐으며, 나라가 혼란할 때 충신이 필요하다. 이처럼 유가에서 강조하는 덕들은 이미 그것들이 사라지고 없음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큰 도리를 굳게 잡아나갔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일을 꾸미려 하니 일이 꼬였던 것이고, 다시 그것을 억지로 고치려 하니 일이 더 얽히고설키게 됐다는 뜻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노자는 인간의 재치라든가 이기심 등 작위성(억지로 꾸밈)을 멀리하고 무욕(無慾)에 처하도록 가르치고 있으며 또한 물질적 재화에 대해서도 귀하게 여기지 않도록 당부한다.

그에 의하면, 덕을 두터이 지니고 있는 사람은 갓난아기와 같아서 독 있는 벌레도 물지 않고 사나운 짐승도 덤벼들지 않으며 사나운 새도 채가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억지로 살려 하는 사람은 재앙에 맞닥뜨리게 마련이며 마음이 기운을 부려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억지스런 삶을 꾸려가기 십상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왕성하게 번창하다 보면 곧 늙어 시들어버리기 마련이거니와 이는 천하 만물의 도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에서의 무위(無爲)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를 피하고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억지로 꾸며서 하는 행위는 오래가지 못하고 곧 그치게 마련이다.

“자기의 키를 높아 보이기 위해 발끝으로 꼿꼿이 선 사람은 오래 서있지 못하고 마음이 급해 두 다리를 크게 벌려 걷는 사람은 멀리 가지 못하며 스스로를 나타내려는 사람은 도리어 드러나지 못한다” 

환경이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기 욕심대로 권력을 손에 쥐려 하거나 터무니없는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작은 성취를 남앞에 과시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한다. 이 간단한 이치를 모르고 욕망대로 행하다가 망한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광주교대 교수·철학박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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