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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끼
  • 이광일
  • 승인 2019.08.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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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일∥만덕초 교감

 

아베신따론지 아베신쫀지 대를 이어가는 권력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위인이 갈수록 쪼잔하고 짜잔하게 구니 차라리 잘된 일이다.

지네 종족 중에서는 그래도 메이지 혈통을 이어받은 특별한 상류라고 자부하는데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다는 무토마사토 문인을 비롯해 매너 지저분한 고노다로 외상 같은 부류의 절대 추종을 받는 최고 권력이 품격을 갖추고 젠틀하다면 오히려 속이 뒤집어질 일이다.

반성은 없고 혐오를 부추켜 장기 집권에 이용하려는 아베는 미국에 대해서는 골프장을 뒹구는 저자세 외교로 더욱 잘나가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철면피한 견제를 가속하고 있다.

가까이 여름여행 가려던 것도 취소하고 첨단 어느 지점 유니클로에 사람 발길 하나 없는 것을 보면서 우리 지역의 시민의식 혁명은 기어코 일본을 이겨내리라는 확신을 가져 보지만 지난한 과업이기는 하다.

일본은 고립된 섬을 벗어나려는 심리와 인내로 담금질된 높은 기술력을 가진 강대국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극일운동에 동참하면서 작은 시사점 하나라도 건져보려는 심정으로 시모노세끼를 다녀온 기록을 꺼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에 졸업을 하니 낡은 글이기로서니 뭐 어떠랴하며. 겨우 살아가는 세끼가 해외여행이랍시고 모처럼 일본에 나가는 게 꼴깝이었나 보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입국장에서부터 지문을 찍고 얼굴을 찍으라니 기분이 묘하다.

왜소하고 터럭 많은 종들 앞에서 시모노세끼 좀 돌아본다고 이거 뭐. 그냥 집에서 방콕하든가 절치부심해 아메리카노를 들고 아메리카를 돌아보자고 작심한다. 비를 맞으며 우산을 쓰고 다니든 말든 일본은 신궁의 나라다. 크루즈를 타고 수천 명씩 몰려온 중국인들의 떠들썩한 소리와 일본말이 섞여 신궁 거리는 무슨 말인가를 하고 헤어지는 소란한 인파로 가득하다. 

장소를 옮겨 마메다마치 라는 인형의 거리로 갔다. 좁은 골목, 좁은 상점, 소형차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에도시대의 건물과 전통방식이 남아 있는 이채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500여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니시와 가토의 각 이만 명 정도의 병력에 조선은 전국이 도륙을 당해불과 이십여일 만에 평양까지 내주고 만다. 조선군 총대장 신립은 문경새재에서라면 화살로도 막을 수 있는 싸움을 배수진을 친다고 고집해 탄금대에 진을 쳐서 한나절 만에 삼천 기병과 일만 군사를 전멸시키고 권율장군 이일장군 등이 이끄는 전군이 전패를 한다.

당시의 조선은 200년 넘게 평화가 지속되다보니 문신들은 공리공론으로 권력 싸움에 몰두하고 무장들은 역할이 없는 허약한 모습으로 전쟁이 일어나자 싸움에 이골이 난 왜군과 그들의 조총 앞에서 임진왜란은 그저 살육놀이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국토가 도륙되는 참상을 겪은 이후로도  조정의 지배 계층은  더욱 권력이란 것에 매몰되어 세도정치와 노소당쟁 등 망해가기 딱 좋은 길로 치달았다. 임란시의 국력이 20:1 정도였다면 쇠락을 거듭한 조선은 을사조약을 거쳐 경술국치로 나라를 빼앗기던 무렵에는 나라의 힘이 100:1 정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동학농민군 3만 여명이 일본군 이백 명에게 전멸을 당하고 일본군 사상자는 단 1명이었다는 기록에는 말을 잊는다. 위에 언급한 가토 휘하에서 부사령을 맡았던 모리라는 장수는 시모노세끼 인근의 모리저택에 신격화 되어 있었는데 둘러 볼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모리는 임진란 때 조선에 와서 연일 계속 되는 승리에 도취돼 특히 어린 여성들을 잡아다 능욕하고 조선인을 살육해 귀를 잘라 수집하다가 나중에는 수가 많아 코를 베어 이십만의 코무덤을 쌓는데  역량을 발휘한 인물인데 일본에서는 뛰어난 영주로 숭앙되고 있었다.  

저녁에 도착한 산속의 펜션 숙소에서는 와이파이는 물론 인터넷 연결이 안 되고 해서 일행과 떨어져 길을 잃었을 때의 일화가 안주거리가 되었다. 마메다마찌 거리에서 서로의 전화가 통하지 않게 되자 우리는 의논 끝에 기차역으로 갔고 역 앞에 주차하고 있는 택시 운전사들에게 ‘관광버스 주차장이 어디냐?’ ‘한국인 버스를 보았는가?’ 하고 물었다.

어떻게 말을 해도 영어라고는 못 알아듣는 일본인들 틈에서 그 막막한 심정이라니!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을 비롯해 다문화 사람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보듯 작은 것, 전통적인 것, 일본적인 것들을 이어가고 지키며 이차대전 패전국임에도 한국전쟁의 특수로 국력을 키우고 신속히 안정을 이루어 집단이기주의에 철저한  일본이란 나라, 한 시간도 안돼 도착하는 가까운 나라이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결코 쉽게 상대할 이웃이 아니다.

위기에서는 나라의 힘이 국민의 안위를 결정해 왔다. 국민의 운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급 인사들이 성급하고 깊이가 없으며 마구잡이로 막말을 쏟아내고 정쟁으로 치닫는데 열중하는 까닭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국제 정세마저 자국이기주의로 흘러 한 치 앞을 헤아리지 못할 난마로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백색국가해제 수출규제에 이어 여러 가지 경제지표의 하락 등으로 우리나라는 다중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100년 전의 허약한 과거를 딛고 일어나 역사 이래 최대의 부흥기를 이룩해 낸 자신감이 있다. 어떤 마음자세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는 명료해진다. 필연적으로 올 것이 오고야 만 극일의 여정에서 국민의 힘이 곧 나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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