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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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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의 죽음
  • 김원식
  • 승인 2024.02.2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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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마라톤 스포츠 해설가·함평중 교사

마라톤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케냐다. 뛰기만 하면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달리기만 하면 우승하는 마라톤의 왕국 케냐에서는 정치인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사람이 바로 마라톤 선수라고 한다.

세계 대회나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능력을 인정받고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캠프에 들어가거나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나라가 바로 케냐다.

하루빨리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간절한 집념과 의지로 42.195km에 도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줄을 잇고 있어 오늘의 케냐 마라톤이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폴 터갓을 비롯한 마라톤 스타들은 대부분 칼렌진족(族)에서 나온다.

고지대인 해발 2,000m에 사는 유목민이어서 심폐기능이 매우 뛰어나다. 피부는 탄력이 있으며 다리는 길고 종아리가 가늘어 달릴 때 바람의 저항 등 에너지 소비가 적다. 여기에는 물론 타고 난 신체 조건과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의 꾸준한 훈련으로 뛰어난 심폐기능을 갖게 된 것도 한몫했으리라 여겨진다.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일리우드 킵초게는 지난 2022년 9월 25일 열린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 01분 0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자신이 2018년 같은 대회에서 세운 종전 세계 신기록 (2시간 01분 39초)을 30초나 단축했다.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인류의 꿈’이라고 불리는 서브 2(2시간 00분 이내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 가운데 지난해 10월 2023 시카고마라톤에서 켈빈 킵툼 선수(24·케냐)가 2시간 00분 35초로 남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 신기록의 주인공 켈빈 킵툼 선수가 인류의 꿈인 ‘서브 2’에 36초 차로 한 발짝 다가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었지만 지난 11일 케냐에서 날아온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져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그는 마라톤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40대에 접어든 킵초게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인류의 꿈 1시간대 기록을 조만간에 이룰 것으로 기대됐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켈빈 킵툼은 케냐의 시골 마을 쳅사모에서 태어나 염소와 양을 키우며 13세 때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과 신발을 살 돈이 없어 맨발로 뛰면서 2022년 첫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며 마라토너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꿈의 기록’ 1시간대를 불과 36초 남기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떠나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날씨, 코스, 경주 화, 컨디션 등 최적의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마라톤 풀코스 한계 기록이 1시간 57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시간 57분에 42.195km 마라톤을 주파하려면 100m를 평균 16초 63에 달려야 한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의 마라토너인 케냐에 킵초게는 지난 2019년 10월 독일 비엔나 공원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 대회에서 바람의 저항을 줄여주는 페이스메이커와 신발 등 최첨단 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1시간 59분 40초의 비공식 기록으로 세계 마라톤 역사상 인류 최초로 ‘2시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결코, 한달음에 갈 수 없는 42.195km, 새로운 기록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수많은 마라토너가 달려왔고,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달려갈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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