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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감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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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감능력은?
  • 김광호
  • 승인 2023.10.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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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여양중 교사

S씨가 사용하던 카트칼날이 사라졌다.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만 애완견 도담이만 옆에 있었다. 아뿔싸! 그럼 도담이가 칼날을 먹었단 말인가? 

S씨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도담이를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것도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장거리 운전을 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검사결과 칼날은 도담이의 몸 안에 들어있었다.

도담이는 수술을 받고 생명을 다행히 잃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 도담이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잘 지내고 있다. 어떻게 강아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시간과 돈을 들일 수 있냐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 당신의 공감지수는 얼마입니까? 

S씨와 도담이의 만남은 이렇다. 우연히 길을 가다가 애견샵에서 미니푸들을 보았는데 작고 앙증맞아 한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게 S씨와 도담의 만남은 삶으로 이어졌다.

6개월쯤 지났을까 도담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산책 중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도담을 보면서 “이 강아지는 다리가 아픈가 봐요? 마치 변을 보는 자세로 걷고 있잖아요?” S씨는 당황했지만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까 도담의 뒷다리가 정상이 아님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도담의 비정상적인 뒷다리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지만 마음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도담이를 구입했던 애완견 샵을 찾아갔다. “어떻게 이런 강아지를 팔 수 있나요? 당장 강아지를 가져가세요. 그리고 돈을 돌려주세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격하게 항의를 했다.

주인은 “무슨 말씀이세요. 6개월 전에는 이상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당신이 잘못 키워 놓고 이제 와서 반납이라니요. 절대 안 됩니다.”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도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S씨는 마음을 추스르고 차분하게 생각해보았다. 결국 자신이 키우지 않으면 이 강아지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직감하였다. 누가 뒷다리에 소아마비가 있는 강아지를 키우겠는가? 그것도 돈을 주고 구입해서 애지중지 키우겠는가?

결국 S씨는 도담이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더 큰 사랑으로 돌봐주었다. 뒷다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다시 큰 병원을 찾아가 뒷다리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의사 선생님은 불가능했다. 멀지 않아 뒷다리를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다.

그러면서 운동을 많이 시키면 절대 안 된다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S씨는 무거운 마음으로 도담이와 다시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다리를 사용할 수 없다고. 일단 매일 산책이라도 꾸준히 해볼까. 혹 운동하다보면 다리가 좋아질 줄도 모르잖아.” 

S씨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도담이와 산책 겸 운동을 하였다. 곧이어 다리를 잃게 될거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담이는 강해졌다. 뒷다리가 구부정하고 약하다보니 앞다리에 힘을 더 주고 걷는 습관이 생겼으며 이젠 뒷다리에 힘이 생겨 걷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놀라운 일은 이젠 달리기까지 한다. 허허발판이나 잔디밭에 가면 마치 망아지처럼 바람을 가르며 뛰어가는 도담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말 가슴이 뭉클하다 못해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진다.

S씨는 깨달았다. 왜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그 아이를 더 사랑하고 더 많은 눈길을 주는 지를. 열 손가락 깨물면 다 아프겠지만 유독 더 여리고 약한 자식에게 끝없이 사랑을 주는지를 알았다.           

S씨는 도담에게 고맙다는 말을 종종한다. 관심을 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도담에게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는 어떠하겠는가? 강아지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공감해야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우린 어떤 모습으로 타인과 공감하며 생활하는지 생각해보고 싶다.

심리학자들은 공감 능력은 생존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감성지능EQ의 저자 대니얼 골먼은 “공감능력은 인간의 잔인성을 억제해 준다.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려는 본능적인 성향을 외면하면 사람들을 사물화하게 되고, 서로를 사물로 대할수록 세상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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