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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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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뫼로의 초대 
  • 김석수
  • 승인 2023.10.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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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새한대 교수·前 전남교육연수원장

별뫼는 성산(星山)의 우리말이다. 전라남도교육청 교육연수원 뒷산 이름이다. 추석 전에 한경호 원장의 초대를 받았다. 연수원에서 초대 국제교육부장으로 3년 6개월, 원장으로 2년 동안 근무했다.

40여 년 교직 생활에서 가장 오래 있어서 고향처럼 포근하다. 오전 11시까지 오라고 했지만, 별뫼길을 걷고 싶어 조금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고서에서 광주댐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니 도로 공사로 길이 어수선하다. 댐 아래까지 4차선으로 확장한다고 한다. 올해 비가 많이 와서 댐에 물이 넘실거린다.

예전에 없던 데크 길에 낚시꾼도 눈에 띈다. 식영정과 가사문학관을 지나 소쇄원 입구를 거쳐 예지관으로 갔다. 관사 앞에 차를 주차하고 산책하면서 옛날을 회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지관은 2018년 여수 국제교육원으로 국제교육부가 이전되기 전에는 외국어교육연수관이었다.

그곳에서 외국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밤낮으로 운영했다. 영어 교사 합숙 연수인 제이엘피(JLP)와 전라남도 학생 영어 캠프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하려고 밤늦게까지 근무했다. 그 이전에는 무등야영장 자리다. 원래 저수지가 있던 곳이라 여름이면 습기가 많았다. 그 뒤로 연수생이 산책할 수 있도록 산자락을 따라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돌아보고 싶었다. 

주차장에 차가 많아서 빈 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 나와서 체육관 쪽으로 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름드리 소나무가 반겨 준다. 주차하고 소쇄원 쪽 산등성이로 올라갔다. 추석 벌초가 깔끔하게 된 묘 옆을 지나가니 하루살이와 거미가 인사한다. 나는 아침과 저녁 그리고 점심시간이면 이 길을 늘 걸으면서 성산의 기(氣)를 받았다. 산 정상에서 산줄기가 이곳까지 뻗어 있다.

삽상한 바람이 불어오니 기분이 상쾌하다. 야자수 멍석을 군데군데 깔아서 걷기가 편하다. 혼자 사색하기 좋다. 모임 시간이 다가와 중간에 내려왔다. 차로 사도각 앞으로 가니 차계옥 총무부장과 직원들이 마중 나와 있다. 한경호 원장도 밖에까지 나와서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원장실로 들어가니 원형 탁자가 있던 곳에 사각형 책상이 놓여있다. 정리정돈이 잘 된 느낌이다. 조금 있으니 내 후임자인 14대 나영숙 원장이 와서 정답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 뒤로 10대 한계수, 15대 윤기정, 9대 송병천 원장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내 전임자인 12대 김종구 원장이 왔다. 서로 오랜만이라 모두 반가워했다. 차를 마시고 안부 인사한 뒤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총무부장의 사회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한경호 원장은 조병화의 '의자'를 인용하면서 역대 원장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송병천 원장이 “자기가 근무한 학교나 기관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지만 퇴직하면 쉽지 않다. 이렇게 초대해 주어서 고맙다. 우리 교육연수원이 지향하는 전남 교직원의 미래 교육 역량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대표로 인사했다.

이어서 연수원이 걸어온 길을 역대 원장의 사진과 함께 영상으로 봤다. 내가 정년퇴직하면서 낸 수필집 '은어잡이 추억'의 표지가 화면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 다 보고 기념 촬영을 했다. 임채석 총무과장이 연수원 리모델링과 주차장 및 식당 증축 등 연수 환경 개선 사업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연수원의 숙원 사업인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충의각 아래에 주차장과 식당을 증축한다고 했다.

임 과장의 설명을 듣고 연수원 발전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연수원보다 충의교육원이 먼저 생겼다. 5·18 이후 신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학생 정신교육 하려고 충의각을 지었다. 그 뒤로 교사 연수가 필요해서 사도각을 짓고 교육연수원을 세웠다. 나중에 충의교육원과 무등야영장을 없애고 교육연수원이 그 건물을 사용하도록 했다. 

점심을 먹고 사도각, 충의각, 연수관, 예지관, 보람의 집 등 원내 시설을 돌아보며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았다. 가장 크게 변화한 곳이 보람의 집 도서관과 사도각 2층이다. 보람의 집을 고쳐서 1층은 도서관, 2층은 북카페와 사무실로 만들었다. 천정을 높이고 휴게 공간을 넓혀서 좋았다. 예전에 그곳에 들어가면 비좁고 답답했다.

사도각 2층 사무실이 연수 기획부와 운영부로 나뉘어 있던 것을 벽을 허물고 하나로 만들었다. 두 부서가 한사무실에 있으니 서로 소통이 잘 될 것 같다.  직원 사무실을 둘러보고 100강당 쪽으로 갔다. ‘신규 교장 학교경영 역량 강화 직무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모두가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학교 경영과 회계, 노사관계, 학교 재산과 물품 관리, 학교시설 관리에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미래학교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뒷문에서 내다보니 낯이 익은 얼굴도 있다. 까마득한 후배라고 여겼던 사람이 교장이 된 것을 보고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마지막에 원장실에서 ‘교직원 연수 콘텐츠 구축과 공유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연수기획부장과 운영부장의 방을 둘러본 다음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교육 제일 문(연수원 정문)’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다. 세월이 갈수록 세상은 어지럽고 학교 현장이 어려워지고 있다.

전남의 교직원 누구나 힘들고 지칠 때마다 별뫼로 초대돼 기운(氣運)을 얻고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영혼을 치유했으면 한다. 모든 교직원에게 연수원이 학교 현장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 방안을 찾는 마음의 고향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성찰과 성장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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