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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학부모 연수를 위한 몇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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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학부모 연수를 위한 몇가지 생각
  • 조숙진
  • 승인 2023.09.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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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진∥교육칼럼니스트

2학기를 맞아 학교마다 ‘00교육설명회 및 학부모 연수’라는 플래카드가 선명하다. 의례적 행사지만 올해는 새롭고 생각이 깊어진다. 학교는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까 하는 관심에 앞서 ‘학부모 연수’를 해야 한다는 시대적 필요에 오지랖 넓은 조급함이 어렸다.

연일 매스컴이 ‘공교육 멈춤’에 대해 시끌시끌했다. 선생님의 권위는 교실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머리채를 잡히고 주먹질 당해 이제 상처가 곪아 터졌다. 결국 선생님이 죽어 나가고 생존권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학교급이나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교사들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죽했으면 어느 단체의 도움도 받지 않고 교사들 스스로 교실을 두고 거리로 나갔을까. 교총이 작년 실시한 전국 교원 의식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교원 10명 중 6명이 하루에 한두 번 이상 학생들로부터 수업 방해나 욕설 등의 문제행동을 겪는다고 했고 이 문제행동으로 인한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95%에 달한다고 했다.

여태껏 학습권이 교권에 우선한다는 답 없는 소리 아래 교권은 커녕 많은 학생의 학습권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우월한 세력의 선언적 제도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았는지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에서 필자는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의 개정은 정부와 국회의 몫으로 하되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함께 최근의 ‘악성 민원으로 무너진 교권’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기를 권한다. 

건강한 우유는 평화로운 풀밭에서 만들어짐을 이해시키자. 젖소는 싱싱한 풀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해낸다고 한다. 교사가 학교 업무든 민원이든 어떤 문제에 시달리게 되면 수업이 흔들린다. 교육경력이 있다 해도 전달하는 교사가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가정에서 엄마에게 걱정거리가 있으면 표정에서부터 표시가 나고 아이들은 단번에 알아차리고 눈치를 살피게 된다. 내 아이의 문제로 교실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사가 건강해야 수업도 건강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학교는 먼저 학부모 악성 민원의 사례를 학부모와 공유해야 한다.

어떤 연수 과정에서 학부모 악성 민원 사례를 듣고 어떤 자모들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똑같은 혹은 비슷한 일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애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다.”, “선생님의 지도 방식이 잘못된 것 아닌가요?”등 의심과 불신 그리고 물건을 훔친 학생을 가정에서 지도를 요청하는 교사에게 “우리 애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제대로 알아보았는가?” 등의 과보호나 심지어 교사에게 욕설과 “밤길 잘 다니나 보자.”는 식의 협박을 서슴지 않는 사례 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학생 문제의 해결은 상호 신뢰 관계에서 시작됨을 상기시키자.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서로 믿음의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의 가정 생활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학부모이고, 학교 생활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교사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서로 적이 아닌 동지로 생각하고 아이를 위해 서로 도움을 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문제는 풀린다. 적대시해서는 문제가 꼬이고 장기화로 갈 뿐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학생을 맡았다는 게 죄라면 학부모는 아이를 맡긴 죄인이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는 서로 적이 아니라 한배를 탄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제 해결의 기본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자. 학부모도 처음 해보는 아이의 부모이고 교사도 처음 맡아 보는 그 아이의 선생님이다. 중요한 건 아이다. 어른이 아이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내 아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아무리 학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이 앞에서만큼은 선생님을 존중하는 말과 태도를 보여야 한다. 부모가 선생님을 존중하는 모습을 볼 때 아이는 결코 선생님께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런 해묵은 이야기는 여전히 고전이다.

얼마 전 교육경력 2년 차 새내기 교사의 죽음이 위태위태한 공교육의 뇌관에 불을 붙였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날마다 교실 안에서조차 그늘을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보다 학부모와의 적극적인 대화 시간 갖기를 주문해 본다. 물론 이런 상식을 모르고 있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나 힘, 무지 등 왜곡된 교육관은 자녀 교육을 망칠 뿐임을 말해야 한다. 공교육의 어느 일면이 무너지면 다른 면이 높이 선다고 해도 이내 무너지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있는 한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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