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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동강초, 100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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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동강초, 100년이 되다
  • 양선례
  • 승인 2023.09.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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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례∥동강초 교장

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1923년 9월 12일에 지역 독지가가 학교 부지를 희사해 면 한가운데 노른자 땅에 학교가 세워졌다.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 등 어렵고 힘든 시절을 거치면서 지역의 명문 학교로 자리 잡아 수많은 학생에게 꿈과 희망의 산실이 됐다. 

사람은 100년 살기 어려운데 학교는 그래도 살아남아 100세 생일을 맞았으니, 감개무량하다. 아무리 근무하는 학교가 맘에 들어도 4년이 지나면 옮겨야 하는 게 교사의 숙명인데 공모 교장 4년 차, 그것도 마지막 학기에 이런 경사를 맞았으니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해 온 여러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서서 결실을 맺고 있는데, 화룡점정이 될 듯하다. 

필자는 80년대 후반, 지금은 폐교된 고흥의 작은 학교에서 교직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고흥의 초등학교는 75개였다. 35년이 지난 지금은 겨우 17개뿐이다. 그중 60명 미만의 학교가 70.5%(12개교)에 이른다. 급격한 이농 현상과 줄어드는 출산율에 학령 인구 절벽이 그 원인일 것이다.

통계청 학령 인구(6~21세)는 1980년 1,44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는 725만 9천 명으로 1980년에 비해 50.4%나 줄었다.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한 초등학교가 전국에서 145곳, 전남에서만 30곳에 이르고 있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1967년 1,798명에 달하던 학생이 62명으로 줄었다. 지금의 셈법인 한 반에 25명씩으로 계산하면 무려 72학급이나 된다. 3천 명이 채 안 되는 현 동강면 인구의 반이 넘는, 엄청난 숫자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아서 고흥 북부권 학교의 중심 학교로 우뚝 섰으니, 기꺼이 100세 생일을 축하할 일이다. 

많은 학교가 100년을 채우지 못하고 통폐합됐다. 90년대 후반 IMF 외환 위기 전후에 정부가 통폐합 기준을 100명으로 제시하면서 강력하게 정책을 밀어붙여 1999년 한해에만 무려 971개의 학교가 통폐합되었다. 그 결과 누군가의 배움의 터전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폐교가 전국에 3,834곳(2020년 기준)에 이른다. 

학교는 단순히 가르치는 곳만이 아닌 것을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또래 집단과 관계 맺고, 기본 질서와 규칙을 익히며,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기본적인 학습을 배우는 작은 사회다. 학교의 규모가 작아지면 학생수는 줄어들지만 교직원 수나 학교 시설은 그대로 필요하기 때문에 1인당 교육비가 늘어난다. 교육비 투자 대비 비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결국 경제성의 논리로 소규모 학교는 폐지되고 큰 학교 하나로 통폐합된다. 

학교가 사라지면 단순히 학교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지역에도 교육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학생은 교육 때문에 원거리 통학을 하거나 아예 거주지를 학교 가까운 곳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는 결국 지역 이탈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어떤 지역에 사느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교육 불평등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고 하더니 올해 2분기에는 0.70명까지 떨어졌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 어디까지, 언제까지 떨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오이디시(OECD) 국가 중에서도 유일하게 1명 미만인 나라가 됐다. 앞으로 수년 동안은 현재와 같은 초저출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니 교육 공동화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9월 9일 토요일인 오늘, 총동문회가 주관하는 개교 100주년 행사가 운동장에서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다. 운동장 한가운데는 붉은 융단이 깔린 넓은 무대가 설치됐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제 몫을 해내던 동문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념비에는 '함께한 백 년, 이어갈 천 년'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다. 천 년이라니.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꾸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지만 여러 사람이 꾸는 꿈이 간절하면 혹시나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오늘이 있기까지 자리를 지켜온 학부모, 지역민,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과 이 잔치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고흥)동강초등학교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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