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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교육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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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교육에 대한 기대
  • 조연주
  • 승인 2023.08.0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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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목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민선 2기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장만채)은 2015년 9월 1일부터 6개월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애틀란타로 국외연수 교원을 파견했다. 당초 20명을 연수시키는게 목적이었는데 시행 첫해이다 보니 12명이 참가했다.

정책기획관실에서 장학사로 근무하던 필자도 당시 교육감님의 권유에 의해 연수단에 합류했다. 단 6개월의 연수는 필자의 삶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미국인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정신과 용기를 갖게 해주었으며, 다양한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Kennesaw State University(케네소 대학)에 근무하는 김양희, 김지혜 교수님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얻은 학문적 성과는 개인으로서 큰 영광이며, 당시 전라남도교육청 국외연수 정책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국외연수를 마친 귀국보고회 자리에서 장만채 전 교육감님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연수를 보낸 것이 아니다. 연수생들의 마음의 변화와 시야의 확대가 목표였다"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당시 귀국했을 때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지만 8년이 지난 최근 김양희 교수님(제1저자)과 함께 연구했던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연구 결과'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학회지에 필자도 제3저자(목포교육지원청 조연주)로 등재됐다. 현재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다문화 학생 수가 2022년 기준 16만 9천명으로 2012년 대비 3.6배가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 전체학생 수는 1990년 대비 41%가 줄어들었다.

전남의 경우, 다문화 학생이 2023년 1만1367명으로 학생 100명 중 5명이며 전체 학생의 5.29%를 자치하고 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게 날로 증가하는 다문화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며, 학습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해 우리사회에 훌륭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 자존감 향상, 사회성 함양 등을 위한 접근 방법과 지도방법을 찾는 것이 공통된 과제라는 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특히, 다문화 학생의 성장을 위한 물리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교사들의 심리적 지지가 학생 발달에 효과적일 것이라는데도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미국 연수 중에 김양희 교수님과 함께 연구했던 결과가 2023년 국제교육연구저널(왼쪽 사진, International Journal of Educational Research)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전국에 있는 교사 250명을 대상으로 샘플링해 설문을 통해 얻은 결과(유의미한 응답 148명)  ‘교사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수 효능감과 부모에 대한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효능감이 학생의 학업 성취에 기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통념상 ‘다문화 부모의 교육접근 태도가 일반부모와 다르다고 믿으면, 학생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결과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낮아질 거라는 것’이 통계적으로 증명돼 세계적인 학술지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전세계 논문의 6%만 등재될 수 있다는 '국제교육연구저널'에서 인정받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응답자의 구성과 분포가 가장 이상적인 표본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남녀교사의 비율이 51%(남)대 49%(여)로 샘플링됐고, 소재하는 학교 위치가 대도시·중소도시·농촌의 비율이 38:36:27로 한국 다문화 가족이 살고 있는 지리적 맥락과 일치했다.

둘째, 설문지 문항 설계에서부터 결과치가 모든 항목에 걸쳐 정상적이고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교사들의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교사 교수 효능감이 높게 나타났다. 또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교사 교수 효능감이 높은 교사라 할지라도 다문화가정 부모에 대해 믿음을 갖는 효능감이 높은 집단이 있는 반면, 낮게 나타나는 교사 집단도 있었다. 

특히 ▲이 두 집단의 교사들 중에서 다문화가정 부모 효능감에 대해 긍정적인 교사 집단만이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업성취나 미래의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보였다. 나아가 ▲다문화가정 부모의 효능에 대한 교사의 신념이 교수 효능감과 아동에 대한 높은 기대치 사이를 매개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즉, 교수 효능감이 높은 교사가 다문화가정 부모의 효능을 존중할 때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 미래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보였다.

또한 ▲다문화가정 학생들과의 경험이 많은 교사일수록 높은 교수 효능감을 갖고 있으며,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교생활 성공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나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문화 학생이 점점 증가하는 전남교육청의 교육정책 수립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첫째, 다문화가정 학부모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교사의 태도가 부모의 결핍에 초점을 둔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문화가정 부모가 가진 장점에 초점을 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이 열심히 자녀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지지해 줄 필요가 있다.

둘째, 다문화가정이 갖는 환경을 살려 이중언어 사용을 권장해 글로벌 사회에서 당당히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과 모국어로 대화할 것을 권장해야 할 것이다.

셋째, 다문화가정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지지해 주는 방안으로 교사·학교와의 접촉을 자주 할 것을 당부하는 등 학부모 교육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교사의 다문화 학부모에 대한 신뢰와 효능감이 학생의 학업성장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 인구 절벽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아마도 100년후에는 대한민국은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그들의 강점을 살려 한국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더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난 민선3기 교육감 시절, 교사 국외연수 파견제도가 폐지됐다. ‘교육은 투자이고,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민선 4기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전남 교사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국외연수 제도가 부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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