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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외모(3) '소크라테스·라이프니츠·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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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외모(3) '소크라테스·라이프니츠·흄'
  • 강성률
  • 승인 2023.06.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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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100)

지난 호에 등장한 철학자들과는 반대로 그리 좋지 않은 외모를 가진 철학자들도 있었다. 세계 4대 성인(聖人) 가운데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의 못생긴 용모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장안의 화제였다고 한다.

얼굴은 크고 둥글었고, 이마는 벗어졌으며, 눈은 개구리처럼 툭 불거졌고, 코는 주저앉아 뭉툭했다. 입술은 두툼했고, 키는 땅딸막했으며, 배는 불거졌고, 걸음걸이는 오리처럼 뒤뚱거렸다.

여기에 몹시 거친 피부까지 그는 거의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추남(醜男)이었다. 매우 독특한 그의 생김새는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놀려대도, 그는 밝고 건강하기만 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용모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우스갯소리를 즐겼다.

자기 눈은 툭 튀어 나와서 사방을 잘 볼 수 있으며, 뭉툭한 코가 길고 똑바른 코 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자랑하며 주변을 웃기기까지 할 정도였다. 실제로 그의 신체는 건강한 편이어서 추위나 더위에 대단한 인내력을 발휘했고, 밤새워 술을 마시고도 끄떡없었다고 그의 제자 플라톤은 회고하고 있다. 이러한 신체적 강인함이 정신적 내공(內功)으로 연결되고, 또한 이것이 마지막 죽음의 자리에서도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게 만들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단자론(單子論, 모든 존재는 비공간적이고 비물질적인 수많은 단자로 되어 있으며, 단자 서로 간의 조화는 신의 예정에 의한다는 이론으로 연결됨)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외모에 대해, 그 스스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르고 중간키의 체격에 얼굴은 창백하고, 손과 발은 항상 차가웠다. 손과 발은 다른 신체 부분에 비해 너무 길고 가늘어서, 선천적으로 노동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를 보충하는 전기 작가의 말은 전혀 다르다.

“그(라이프니츠)는 일찍 머리가 빠져 대머리가 됐고, 머리 한 가운데 비둘기 알만한 크기의 혹이 있었다. 또 어깨가 넓었으며, 항상 꾸부정한 모습으로 다녀서 마치 곱사등이처럼 보였다.”

라이프니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관대한 반면, 그의 전기 작가는 잔인하리만치 냉정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더 재미있는 것은 라이프니츠 자신은 스스로를 ‘학자풍’의 인간으로 묘사하고 싶어 했던 데 비해, 그의 전기 작가는 그러한 이미지에 가차 없는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양 철학사에 있어서 회의론자(懷疑論者, 인간의 인식이 주관적, 상대적이라 간주해 진리의 절대성을 믿지 않는 사람)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람이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데이비드 흄이다. 하지만 그는 일반 사람들의 예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회의론자라고 하면, 흔히 풍채가 빈약하고 남을 의심하는 눈초리에 비아냥거리는 모양의 입을 가진 사람을 떠올린다. 

그러나 흄의 얼굴은 둥글넓적하고 살이 많이 찐 편이었으며, 큰 입은 우직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고, 눈도 멍하니 생기(生氣)가 없어 보였다. 따라서 그의 뚱뚱한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교양 있는 철학자라기보다는 차라리 거북이 요리를 먹고 있는 시의원을 대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특징이 전혀 없는 그의 얼굴에서는 실오라기만큼의 정신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라리 못생겼다는 편이 더 낫지, 철학자의 얼굴에 대해 이보다 더 심한 모욕이 또 있을까?

[광주교육대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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