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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 GPT'와 독서인문 '책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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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 GPT'와 독서인문 '책 GPT'
  • 이성래
  • 승인 2023.06.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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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래∥전남교육청 미래교육과 독서교육인문팀장

현재 AI의 정수를 보여주는 정보매체 '챗 GPT'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현대인의 삶에 특히 교육계에 충격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학교 교육, 오히려 미래 학교 교육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소통의 매체가 새롭게 나타났다는 사실 그 자체로서 하나의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AI 전문가 앤드루 웅 스탠퍼드대 교수의 “AI가 세상을 접수할 걱정을 하는건 화성의 인구증가를 걱정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단서를 찾는다. 앞으로도 AI는 인간의 확고한 지배하에 있을 거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챗 GPT 시대에 우리가 통제할 대상은 AI의 능력이 아니라 그걸 쓰려는 인간의 ‘욕망’이어야 한다. 이제 인간은 누구나 100배 줌이 달린 스마트폰으로 초거대 AI에 자유롭게 접속하며 역사상 어떤 개인이 그랬던 것보다 더 치명적인 영향력을 자연, 사회, 다른 인간에게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AI 챗 GPT 시대 독서인문교육의 존재 의의는 여기서 찾게 됐다. 그것은 개인의 욕심이 AI의 힘을 업고 반인류적 행위로 증폭되지 않도록 견제망을 고안하는 것이다. 목표만을 보고 달리는 사회에서 독서인문교육은 방향을 잡을 ‘작전타임’의 시간인 것이다.

작전타임 시간을 빌려 '책 GPT'는 독서인문교육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인간형을 이렇게 말해준다. 소개하는 책은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다. 책 제목은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는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여우는 영리한 짐승이지만 고슴도치는 가시 바늘을 세우는 것 말고는 특별한 재주를 부릴 줄 모른다.

하지만 여우가 온갖 꾀를 내어도 고슴도치의 확실한 호신법을 이겨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벌린에 따르면 고슴도치형 인간은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인 원리와 연관 짓는다. 즉 모든 일을 관통하는 명료하고 일관된 원리가 있으니 이 자잘한 일들을 결정하는 하나의 큰 것(개념)을 찾아내려고 한다.

반대로 여우형 인간은 다양한 목표를 추구한다. 그 목표들은 특별히 관계가 없고 때때로 서로 모순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성향을 가지면 삶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일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 그것을 꿰뚫는 유일한 진리에 도달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매번 머리를 굴리는 여우형인지 확실한 성공과 자기방어의 ‘한방’을 지닌 고슴도치형인지 생각해 보고 고슴도치가 되도록 애쓰라고, 그것이 전남독서인문교육이 추구해야할 방향이라고 '책 GPT'는 조언한다. 아무리 AI 챗 GPT가 발달해도 우리에게는 모든 일을 관통하는 명료하고 일관된 원리를 찾아가는 정신근력이 필요하다.

즉 “왜 살아야 하는가,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독서인문교육은 교육의 기초를 이루는 정신적인 기반이자 일상에서 사유하는 가장 좋은 실천방법이다. 그래서 ‘AI 시대에 독서인문교육이 필요한가’를 묻기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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