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아이들이 건물주를 꿈꾸고 있다"
상태바
"아이들이 건물주를 꿈꾸고 있다"
  • 김광호
  • 승인 2023.06.10 2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호∥여양중 교사

삶은 꿈을 꾸는 시간이다. 이 꿈의 시간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소중하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아이든 어른이든 꿈을 꾸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타자의 욕망을 꿈꾸거나 따라 하며 살아간다.

어른은 아이에게 행복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노는 것은 미래로 미뤄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 공부를 많이 해야 부자가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고 타이른다.

정말 놀고먹기만 하면 행복할까? 요즘 아이에게 꿈을 물어보면 건물주라고 답한 아이가 정말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건물이 있으면 매달 돈이 들어 오기에 평생을 즐기며 살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이에게 그러한 생각을 부추기는 어른이 많다는 사실이 이젠 놀랍지도 않다.

어른은 아이에게 삶, 노동, 행복의 관계를 바르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일이 사랑이다", 독일에서는 "노동은 행복의 아버지다", 영국에서는 "노동은 인생의 맛을 내는 소금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러한 속담의 공통점은 노동의 가치는 소중하다는 것과 노동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고생하며 일한다는 것은 누군가는 놀고먹는다는 의미이다. 놀고먹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노력에 의존함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이런 무위도식(無爲徒食)한 삶에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하는 일 없이 노는 삶은 자칫 잘못하면 행복보다는 쾌락주의로 흐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삶은 의미 없는 나날을 반복할 수 있기에 권태로운 생활로 이어지며 진정한 기쁨이나 보람을 찾을 수 없다.

일은 신성한 행위이다. 일의 의미를 성경은‘이마에 땀이 흘러야 먹고 살 것’이라고 했고, 백장스님은‘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라고 했다. 이처럼 인류는 노동의 신성함을 일찍부터 강조했으며 일 속에서 행복을 찾았음을 알 수 있다.

철학자 반 덴 보슈는‘행복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계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즉각적인 만족에만 몰두하지 말고 지금의 상태를 뛰어넘어 자신을 계발하고 스스로 성장하며 자신을 인류의 이상에 접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라니, 얼굴이 뜨거워진다. 이것은 어른들의 욕망이 낳은 업보일 뿐, 진정 아이들의 꿈은 아닐 것이다. 21세기에 아이들이 건물주를 꿈꾼다는 것은 욕망의 사생아일 뿐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다. 아이들이 욕망을 넘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담대한 용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