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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외모(1) '공자와 이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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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외모(1) '공자와 이지함'
  • 강성률
  • 승인 2023.05.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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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98)

지금까지 철학자와 돈, 권력, 성, 사랑, 아내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과연 철학자들의 외모는 어땠을까? 옛말에도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있다.

이는 당나라에서 관리를 뽑을 때 네 가지 표준으로 제시되었던 바, 그것은 몸(외모), 언사(말씨), 문필(글씨체), 판단력 등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역시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제일 먼저 외모를 본다.

요즘에는 외모 지상주의가 도를 넘어 빚을 내어 성형수술까지 하는 시절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리요마는, 철학자들의 외모 역시 우리가 늘 궁금하게 여기는 사항 가운데 하나다. 과연 철학자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모두 잘 생겼을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외모가 훌륭한 경우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는 말이다. 먼저, 공자의 경우 그의 아버지를 닮아 체구가 당당하고, 키도 보통사람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그의 용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공자의 눈은 크고 길며 이마는 앞으로 높게 나와 황제(黃帝)의 모습이요, 팔은 길고 등은 거북의 모양이며 키는 아홉 자 여섯 치로 크다.(최근 베이징대 리링 교수는 당시 성인들의 평균 키가 161cm인 데 반해 공자의 키는 221.76㎝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음) 몸 둘레가 아홉 아름이나 되고, 앉으면 용이 서린 것 같고 일어서면 견우성을 대하는 것 같다.”

세계 4대 성인 가운데 또 한 사람인 석가모니 역시 지금의 불상(佛像)을 보건대, 상당히 원만한 풍모가 아니었나 싶다. 또 ‘백안시(白眼視라는 말과 연관이 있는 완적(중국 3국 시대의 위나라 사상가이자 시인) 역시 기록에 의하면, 당당한 체구에 키가 크고 훤칠했던 것으로 보인다.

'토정비결'의 저자인 토정 이지함(1517년-1578년) 역시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얼굴은 검으면서 둥글어 풍채가 좋았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의 발은 커서 거의 한 자나 됐으며, 빛나는 눈은 사람의 마음을 뚫어보았다. 목소리는 맑고 웅장하되 말수는 적었으며, 기개가 늠름하고 위풍이 당당한 대장부였다.

또한 그는 가장 무더운 여름철에도 물을 마시지 않으며, 엄동에도 홑옷으로 지내는 등 능히 한서기갈(寒暑飢渴), 즉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목마름을 이겨내는 수련을 쌓았다고 한다. 또한 그 스스로는 청렴 강직해 물질에 대한 욕망을 배제하고, 청빈낙도(淸貧樂道)의 생활을 행위의 지표로 삼았다. 

이지함의 외모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이지함은 학문을 더욱 다지기 위해 개성으로 서경덕을 찾아갔다. 이지함은 화담 옆에 방을 얻어 그에게서 제대로 학문을 익히고자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주인이 장사를 나갔는데, 그 아내가 이지함의 기골에 홀딱 반해 밤늦게 그의 방에 들어와서는 온갖 아양을 떨며 교태를 부렸다.

그러나 이지함은 점잖게 그 부인을 달랬고, 그래도 교태를 멈추지 않자 인륜을 따져 그 요부(妖婦)를 나무라는 중이었다. 그때 집 안에 들어선 집주인이 문틈을 통해 이지함의 이런 모습을 낱낱이 보았다. 그는 한걸음에 서경덕에게 달려가, 혼자 보기 아깝다고 말하며 이 사실을 고했다. 서경덕도 끌려와 이 장면을 보았다. 서경덕은 다음날 이지함이 들어오자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학업은 내가 가르치지 않아도 되겠네. 돌아가게.” 이지함의 학덕(學德)은 당대에 으뜸가는 스승에게까지 인정을 받은 셈이 됐다.

[광주교대 명예교수·철학박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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