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대한민국도 행복할 수 있다"
상태바
"대한민국도 행복할 수 있다"
  • 김광호
  • 승인 2023.05.16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호∥여양중 교사

W씨는 제레미 러프킨의‘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들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그는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고 나서 육식의 종말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지구상에는 12.8억 마리의 소가 있는데 소가 지구상의 총 곡물의 33%를 먹으며, 전 세계 토지 24% 점유하고 있다. 1인분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 22인분의 곡물이 필요하며 축산으로 인해 55%의 온실효과를 낸다.’

이 책은 사람은 굶어 죽어도 소는 굶어 죽지 않는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천인공로(天人共怒)할 일이다. W씨는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평소에 좋아하는 전을 부쳐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실 준비를 했다.  

W씨는 텃밭으로 가서 각종 채소를 뜯어와 깨끗하게 손질해 전을 부쳤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전을 보니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생각났다. W씨는 핸드폰을 꺼내 동네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야채 전을 함께 먹자고 했다. 

W씨는 잠시 후 동네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 앉아 소박한 음식에다 정(情)까지 나누며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만약 W씨가 그 음식을 혼자 배불리는 먹었다면 포만감이나 쾌락은 느꼈겠지만 보람이나 만족감은 높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W씨처럼 이웃과 함께하면 얼마든지 행복을 지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돈이 행복을 결정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움켜쥐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중학생 일등이, 고등학생 수석이, 대학생 차석이 그리고 공기업 김황금, 대기업 이회장까지 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구호기구옥스팜의 보고서(2019년)에 의하면 상위1%의 부자가 가진 재산이 나머지 99%가 가진 재산의 2배를 넘으며, 세계 최상이 2,000명이 가진 재산이 세계인구 60%인 46억명이 가진 재산보다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돈의 쏠림이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부자까지도 행복지수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돈이 많으면 쾌락은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흡족한 행복은 쌓을 수가 없다. 만약 돈에 대한 욕망을 멈출 수 있다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사회구조에서는 모두가 설국열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런 불행을 넘어 화목하고 행복한 사회로 갈 수 없을까? 생각을 바꾸면 가능하다. 국민 모두가 개개인의 생존과 존중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의와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우리 국민이 이 문제의 해결책에 반대한다면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생존불안을 해결해야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 부를 얼마든지 축적할 수 있다고 공언하였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구조나 시스템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성실하게 일을 해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국가는 사회제도를 개선하는데 앞장서야하며 국민 개개인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최소생계비를 지급하거나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 년 남의 집 살고 주인 성 묻는듯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존중의 불안감을 해결해야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 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는 개인의 직업, 지위, 명예, 부로 개인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도나 일한 가치로 개개인의 삶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이른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 그 사람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면 된다.

사회를 돌아보라. 최강이나 최우수를 가리려고 안달이 나있다. 얼마 전 자본주의의 병폐를 고발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는 지구촌의 많은 곳이 사람보다 돈을 소중히 여기는 세태를 풍자했으며 승자 또한 폭망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카프카가 쓴 변신을 읽어보라.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 주인공 그레고리가 갑자기 무능한 벌레로 변했을 때 가족 모두가 그를 왕따 시키며 사람의 대우를 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지금은 능력 없는 존재이지만 가족 즉 공동체가 그를 위로하며 돌봐주었다면 그는 곧 일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마저 그가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지 않았으며 결국 주인공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 그리고 우리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길러내야 할까? 만약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생존과 존중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교육과 사회의 제도가 나갈 방향은 분명하다. 

교육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안내만 해주면 된다. 지금처럼 본인의 흥미나 적성과 관계없이 단편적인 지식만을 외워서 정답을 써 내게 하는 교육은 사라져야한다. 더 나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교육은 멈춰야 한다.   

모든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한다 해도 국가가 아이들의 생존과 존중의 욕구를 해결해주기에 그들은 마음 놓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면 옆 사람을 짓밟고 승자가 되겠다는 가치관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행복한 사회나 국가는 멀리 있지 않다. 정말 가까이에 있다.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며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나 국가는 국민 다수가 개개인의 생존과 존중을 지켜주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