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어머님 前 상서
상태바
어머님 前 상서
  • 이신기
  • 승인 2023.05.04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신기∥순천향림중 교장

오늘 날씨가 어머니 팔순(八旬) 잔치를 반기듯이 매우 포근해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좋은 꿈 꾸셨습니까?”
“혹 꿈에 아버지를 만나셨습니까?”

저도 어제는 아버지가 꿈에 나타날 것 같은 큰 기대를 가졌는데 못 만났습니다. 내일, 모레 아니면 어머니 구순(九旬) 때는 꼭 나타나실 것으로 믿습니다.

어머니!
연분홍 치마에 꽃가마를 타고 당촌(唐村)으로 시집와 이씨 가문에 뼈를 묻은지 어언 60년이 지났습니다. 아버지를 만난 기쁨도 잠시, 가난한 농부 아내의 삶은 "뼈마디 쑤시는 현실(現實)"이라 혹독(酷毒)하기만 하셨지요? 고생하셨습니다!

특히 두 아들이 대학을 다니는 기간에는 힘들어서 아무도 하지 않는 오이 재배 하우스를 하셨고, 돈 없는 세상이라 이웃집에 돈을 꾸러 다니시느라 힘드셨다는 어머니 말씀 잘 새겨 듣고 있습니다. 그러한 삶을 저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에 저는 가난한 삶이 무척 싫어 이렇게 성장(成長)했습니다.

어머니!
하늘이 무심치 않아 어머니의 자손(子孫)들이 어머니의 소원인 월급쟁이 공무원이 5명이나 되었고 또한 준비하고 있는 자손(子孫)이 있습니다. 특히 현(現) 시점에서는 사위가 기관장이며 아들 또한 머지않아 학교장이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에게 2가지를 배워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첫 째는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감나무를 심어 우리에게 해년마다 맛있는 열매를 줘서 그것이 시작하는 정신적인 신념(信念)이 되어 교육전문직을 준비해 당당하게 합격해 장학사가 되어 전라남도교육청에 근무하는 경험도 가졌습니다.

둘 째는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팔순(八旬)까지 기다려 주셨기에 학교에서 교감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저도 매제(妹弟)처럼 기관장이 되어 조금 더 질 높은 삶을 어머니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머니!
어려서 어머니와 한 약속(約束)이 생각납니다. “제가 성공하면 어머니를 용상(龍床)에 앉혀드린다고요?” 그래서 늦게나마 팔순(八旬) 잔치에 '어머니가 앉는 의자가 용상(龍床)이다'라고 생각하며 팔순(八旬)을 준비했습니다. 부족하지만 편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어머니 모습이 갈수록 야위어 보입니다. 같이 살면서 어머니를 모셔야 온당하지만 그렇지 못한 점 양해(諒解)해 주시고 손자들이 훌륭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9988하게 우리와 함께 즐겁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인연(因緣)을 맺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 12. 15.
아들 이신기 올림

※이 글은 5년전 이신기 교장이 교감시절 어머니 팔순잔치를 앞두고 쓴 글이다. 이 교장의 어머님은 효자 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며 건강하게 지내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