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달성하고 싶으면 그것을 기록하라. 목표달성에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목표를 기록하라. 그러면 그 행동이 다른 곳에서의 움직임을 이끌어 낼 것이다. 목표를 이루려면 일단 목표를 기록하라."
-헨리엔트 앤 클라우저, ‘종이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에서
“꿈을 수치화해서 기한을 정하는 것, 꿈을 구체적인 목표로 나타낼 수 있다면 절반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목표를 명확하게 입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주위에 알리는 것으로 자신을 더욱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원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낸 것으로 유명한 손정의 회장의 주장이다.
미국 블라토닉 연구소는 지난 1972년 예일대학 경영학석사과정 졸업생 200명을 대상으로 목표관리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84%의 학생은 목표가 아예 없었고, 13%의 경우 목표는 있으나 기록하지 않았고, 오직 3%의 학생만이 자신의 목표를 글로 써서 관리하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1992년 다시 그들의 자산을 조사했을 때 13%의 자산이 84%의 2배나 됐고, 3%의 자산은 13%의 10배에 달했다고 한다,
꿈을 이룬 증거를 물질로 환산한 점은 경영학석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의 풍요는 그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하는 기반이 되니 설득력이 있다. 자신보다 10배 자산을 가진 사람은 미워하지만 만 배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는 말(사마천의 '사기'에서)도 있음에 비추어 본다면, 물질적 성공은 노력의 산물이 분명하다.
학교에서도 자신의 목표 성적을 써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용인의 00중학교 2학년 8반 학생들은 지난 2005년 4월부터 10월까지 단체로 플래너를 썼다. 플래너 사용 6개월 만에 반 평균이 20점 올랐다고 한다, 쓴다는 것은 자기 설득과정이며, 쓰는 행위 자체가 머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나는 1학년 아이들을 여러 해 가르쳤다. 학교에서는 주말 과제로 효도 일기 쓰기를 실시했다. 우리 1학년 아이들은 주말이면 부모님 일을 돕거나 효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일을 그림일기로 썼다. 의도적으로 효도를 하게 하니 인성 교육 차원에서도 좋았다. 그 날 일을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생각하게 되고 표현하는 힘도 길러졌다. 그림의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힘도 길러져서 일석삼조였다. 2학년부터는 자연스럽게 효도일기 쓰기로 연결되었다.
작품에 가까운 그림일기들을 수시로 교실에 바꿔 붙여주면 참 좋아했다. 따로 교실 작품을 꾸미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좋고 아이들도 다른 친구 작품을 보고 감상하며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인성교육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행함이 없는 인성교육 구호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효도 그림일기는 최고의 인성교육이었던 셈이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 아닌가!
미주알고주알 삐뚤빼뚤 쓴 그림일기를 모아서 작품집으로 엮어 오래도록 보관하게 하여 자신의 1학년 역사를 남기도록 예쁜 작품집으로 만들어주었다. 1학년이 끝나던 날 빵빵하게 배가 부른 그림일기 작품집을 들려 보냈더니 학부모님들이 감동했다.
자녀의 학교생활을 비롯한 1년 동안의 기록물이 사진처럼 담긴 문집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좋아했다. 자기 자녀의 1학년 역사가 담겼으니! 글쓰기도 그림 그리기 실력도 좋아졌다. 주제만 주면 망설이지 않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으니.
벌써 4월이다. 틈만 나면 자기가 쓴 작품집을 꺼내 보며 재잘대던 아이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정이 그립다. 그 속에는 자신의 꿈을 기록한 그림일기, 체험학습 그림일기, 병아리 관찰 그림일기, 김치 담근 날, 토끼 기르기 등 학교 행사 때마다 기록으로 남긴 그림일기가 빼꼭했다.
자기 생각을 글로 쓰며 긍금한 게 많아서 질문을 달고 살던 교단의 마지막 아이들이 벌써 6학년이 되었겠다. 노란 병아리색 옷을 입은 사진 속 아이들이 웃으며 달려온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그리움으로 몰려온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먼 훗날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1학년 때의 일을 기억해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1학년 때부터 기록을 남기게 하는 일은 담임선생님의 매우 소중한 책무다.
국가 교육과정에 그렇게 하라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담임선생님으로서 실천하는 교육과정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혹시 아는가? 그 아이들 중에서 노벨 문학상 작가 나오고 다빈치 같은 화가도 나올지!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다. 좋은 습관을 길러주며 애쓰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그리운 4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