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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전광판의 에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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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전광판의 에러 기록
  • 김 완
  • 승인 2023.04.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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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43)

지난 4월 1일, 2023 프로야구가 개막됐다. 다섯 개 모든 구장이 만원의 관중을 기록했다. 3년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관중들에겐 꽤 큰 목마름이었던 모양이다. 1980년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프로야구 출범 전의 고교야구 열기를 그대로 흡수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 결과 국내의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서 그 인기는 단연 최고다. 사실, 개막 전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약간의 염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야구의 열기가 시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

거기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의 초라한 성적, 선수의 계약과정에서 드러난 불미스러운 금전 문제가 그 우려를 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 야구장은 전구장 만원으로 채워졌다. 야구인이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프로야구의 심폐소생을 한 셈이다.

야구가 갖는 특징과 매력은 무엇일까. 스포츠 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종목이다. 단적으로 방송 광고의 경우만을 살펴보자. 9회까지 진행하는데 매 회마다 공수가 교대되므로 18회 정도는 기본으로 광고의 기회를 갖는다. 상황에 따라 투수를 교체하면 광고 기회는 보너스로 주어진다. 광고 수익이 주된 수입원인 방송사로서는 최고의 종목이 아닐 수 없다. 

경기 결과의 예측이 가장 어려운 종목이라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리그 최상위 팀의 승률이 66%(3경기중 1경기는 패)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최하위 팀의 승률이 33%(3경기중 1경기는 승) 아래의 경우가 거의 없다. 최하위 팀이 최상위 팀을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그만큼 객관적 전력 외의 많은 상황이 작용되는 스포츠다. 그러한 예측 불허의 매력에 사람들은 야구장을 찾는다.

야구의 매력은 무엇보다 기록의 스포츠라는 점이다. 선수, 감독은 물론 팀의 모든 경기 결과는 기록으로 남는다. 기록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그 기록은 감독, 선수, 팀의 연봉과 명성과 이미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록의 중요성 때문에 아무리 패색이 짙은 경기도 소홀하게 할 수 없고, 우승할 확률이 전혀 없는 팀도 레이스를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렇게 치밀한 야구의 기록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야구장 전광판의 에러 기록이다. 전광판은 이렇게 기록된다.

R(Runs)은 팀이 얻은 전체 점수(한화 7점, LG 11점), H(Hits)는 팀이 쳐낸 전체 안타 수, E(Error) 해당 팀이 범한 실책 수, B(Base on balls)는 팀이 얻은 전체 볼넷 수이다. 전광판은 관람자가 경기의 흐름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위의 전광판을 설명해보자.

한화는 안타 11개, 볼넷 4개를 얻어서 7득점을 하고 있고 에러는 2개를 범했다. LG는 안타 15개, 볼넷 3개를 얻어서 11득점으로 한화를 앞서고 있고 에러는 1개 범했다. 안타와 볼넷은 상대에게 얻어낸 숫자를, 에러는 그 행위를 한 팀에 기록하고 있다. 일관성있는 기록인가. 그렇지 못하다.

E(Error)를 범한 팀에 기록하는 현재의 기준이면, 몇 가지가 혼란스럽다. 첫째, 전광판을 보고 경기를 이해하는데 장해가 생긴다. 에러로 출루한 경우를 상대 팀에 기록된 숫자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 둘째, 기록의 기준이 다분히 관객이 아니라 팀 또는 기록자 중심이다.

그 팀에서 에러를 했으니 그 팀에 기록한다는 인식이다. 셋째, B(Base on balls)를 얻어낸 팀에 기록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볼넷은 에러와 마찬가지로 상대 투수의 범실이다. 타자가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을 고른 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투수가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던져서 출루를 허용한 것이다. 

일관성있게 기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기록은 양면적이다. 안타는 그것을 친 타자에게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안타를 허용한 투수에게도 기록된다. 전광판은 그 양면 모두를 기록하는 곳이 아니다. 관람자가 경기를 이해하기 쉽게 일관된 기준으로 기록돼야 한다.

전광판의 기록은 해당 팀이 상대 팀에게 얻어낸 것, 해당 팀이 출루를 하게 된 이유를 기준으로 기록해야 일관성이 있고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E(Error)도 범한 팀이 아니라 얻어낸 팀에 기록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LG는 안타 15개, 상대 에러 2개, 볼넷 3개를 바탕으로 11득점을 얻어 내고 있는 것으로 관중들은 이해한다. 전광판의 기록을 관람자 기준으로 깊게 고려할 일이다.

[청계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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