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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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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응원합니다"
  • 장옥순
  • 승인 2023.04.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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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순∥독서가·교육칼럼니스트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 수용소의 감독관이었던 하임 지노트는 이런 어록을 남겼다.

"나는 인간으로서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숙련된 기술자들에 의해 가스실이 세워졌고, 아이들이 고등 교육을 받은 과학자들에 의해 중독되어 죽어 갔다. 유아들은 훈련된 간호사들에 의해 살해되었고, 여자들은 대학 졸업반 학생들에 의해 총살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교육을 의심하고 있다.

나의 간절한 바람은 교육자들이 학생들을 인간으로 교육시켜 달라는 것이다. 교육자의 노력이 숙달된 괴물이나 숙련된 정신병자, 동물성 똑똑이만을 길러 내서는 안 된다. 글을 읽고 쓰는 일, 역사나 수학 등은 그것이 학생들을 인간으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바른 교육이다. -정채봉 <스무 살 어머니> 209쪽에서 인용함.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일까

인류의 역사는 진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더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 세계적인 가난과 질병, 기근과 전쟁, 가속도가 붙은 부의 양극화 속에 강대국의 횡포까지. 제4차 산업혁명을 외치며 달려온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현실화된 AI 등장으로 무력해진 인간의 설자리를 걱정하는 현실이다. 희망을 말하는 사람보다 절망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으니!

작금의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도 결코 다르지 않다. 양파 껍질 까듯 연일 보도되는 상황을 보면, 하임 지노트가 지적한 것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고학력과 더 좋은 대학과 고등 교육,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에 의해 여지없이 난도질당한 국민주권의 민낯을 보면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 되고 만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 탓이오!' 라고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조차 들을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억울하다고 항변하기에 바쁘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숙달된 괴물이나 숙련된 정신병자, 동물성 똑똑이를 길러 대한민국이라는 집을 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처절한 반성과 자각이 절실해 보인다.

지식은 있는지 모르나 지혜와 철학이 없는 자들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도 뻔뻔함의 극치를 보인다. 사익에 따라 얼굴에 철판을 깐 자들이 눈과 귀를 더럽힌다. 그것도 당당하게. 이른 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범죄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온 국민에게 무의식중에 세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선생님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

일상의 소박한 행복마저 빼앗아 가버린 그들 앞에서 초라해지지 않으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던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에서도 배울 것이 있음을 용기 내어 말하는 시간을 자주 갖곤 했다. 아침 7시 30분, 아무리 추운 아침에도 도서관의 문을 열고 전교생을 기다리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좋은 책을 벗하며 자신의 인생을 가꾸는 초롱한 눈망울을 보는 기쁨! 책을 읽음은 자신도 세우고 집안도 일으키며 나라도 살리는 길이다. 책 속에서 얻는 간접 경험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는 순간, 지혜로 번득이길 고대하는 마음이 전부였다.

비록 어리지만 우리 1학년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타이르던 말이 있다. 빠른 길보다는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곤 했던 말이다. 진정성을 담은 말의 힘은 얼릴수록 효과가 더 컸다.

"저런 사람들이 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이 되려고 공부를 하는 거란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좋은 책을 읽는 거란다. "

갑질하는 학부모와 기어오르는 제자를 보면서도 깊은 한숨은 혼자 삭이고 그래도 희망을 품게 하는 일이 선생님의 업이 아니던가. 선생님이 손을 놓으면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을 어디에서 구할까! 좋은 씨앗은 한 번 심어서는 싹 트기 어렵지만 나쁜 씨앗은 뿌리지 않아도 잘 자란다.

선생님은 좋은 씨앗을 포기하지 않고 수십 번이라도 뿌리는 사람이다. 오늘도 희망의 씨앗을 들고 교실에 들어설 선생님!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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