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봄이 한창인 노산공원
상태바
봄이 한창인 노산공원
  • 양선례
  • 승인 2023.03.31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선례∥동강초 교장

올해 우리학교 자치활동 부서는 모두 여덟 개다. 글쓰기부, 생태환경부, 탄소중립부, 언플러그드부, 건강부, 진로체험부, AI부, 사진부 등이 그것이다. 3~6학년 학생이 각자의 희망에 따라 세 명에서 여덟 명이 들어가 있다.

내가 맡은 글쓰기부는 세 명뿐이다. 글쓰기가 재미없고,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고 친구들과 운동을 하는 건강부에 특히 많은 학생이 몰렸다. 사진부는 올해부터 사진작가협회 임원이자, 고흥평생교육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선생님이 오셔서 직접 지도한다.

외부강사가 수업에 들어와서 함께 참여하는 건 드문 일지만 아이들의 진로 체험까지 겸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어제는 3~4교시에 그 첫 수업이 있었다. 사진작가는 재작년까지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농협의 조합장 출신이다. 나와도 잘 아는 사이라서 부탁드린 터였다.

수업 시작 전에 오셔서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수업은 학교 인근에 있는 노산공원에서 이루어진다. 그곳은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꽃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 년을 기다린 것에 비해 열흘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화사하게 피었다가 진다.

그런데 하필 사진부를 맡은 교감 선생님이 발목을 다쳐 인솔교사가 없었다. 오늘은 사진부와 글쓰기부가 함께 수업하기로 하고, 내가 인솔해 학교를 나섰다. 노산공원은 학교에서 가까운 노동산에 있다. 봄이면 동백과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어 주민이 많이 찾는다. 둘레길이 잘 만들어져 있는 데다 정상에 오르면 동강 시내가 보인다.

그중에서도 알록달록 우리 학교는 금방 눈에 띈다. 오래 전에는 바다였던 곳이 간척지로 변한 죽암농장도 있다. 경지 정리가 된 바둑판 같은 논이 반듯반듯하다. 또 남양 저수지와 고흥과 순천을 연결하는 도로가 일직선으로 곧게 놓여 있다. 멀리는 두방산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과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5일 시장을 지나 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벚꽃이 환하게 반겨 준다. 강사 선생님이 사진 찍는 법을 짧게 강의한다. 빛을 잘 이용해야 원하는 작품을 얻을 수 있단다. 순광과 역광, 측광을 설명해 주셨다. 순광은 해를 바라보고, 역광을 등지고, 그리고 측광은 옆에서 들어오는 빛을 말한다. 이 시간에 꽃을 찍을 때는 측광이 좋단다. 가만히 서서 찍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장면이 자연스럽다며 재미있는 포즈를 요구했다. 모델하기도 힘들더라.

이번에는 각기 흩어져서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찍었다. 휴대폰이 없는 학생 두 명은 학교에서 개인 탭을 가져 왔다. 내 사진 어떠냐고 보여 주면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했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게 맞다.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흥겨워해 인솔하는 나도 좋았다.

오르막은 힘들었지만 화사한 벚꽃이 길 양쪽을 환하게 밝혀서 걷는 맛이 났다. 다른 해보다 열흘가량 빠르다더니 바람에 떨어지지도 않고 절정이다. 계단에 핀 벚꽃을 배경으로 또 단체 사진을 찍었다. 전문가용과 휴대폰 카메라를 번갈아 가며 사진 찍는 강사 선생님이 멋져 보였다. 광고나 드라마를 찍는 배우들은 어떻게 그리 여러 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지 놀랍다. 

동아리 첫 시간 글감은 오늘 공원 다녀온 이야기를 써 보자고 했다. 어떤 글이 나올지 기대된다. 처음이라 분명 아이들이 많이 어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랴? 생각해 쓰다 보면 조금씩 자기도 모르게 점차 나아질 것이다. 기어 다니던 아이가 걸음을 걷기까지는 수천 번을 넘어져야 가능하다고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완성된 한 편의 글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글쓰기부를 벌교초 학생들과 연합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같은 글감으로 매주 한 편씩 글을 써야 한다. 이미 카페도 만들었다. 공책에 쓴 내용을 고쳐 쓰기 한 다음, 완성본을 카페에 올리는 방식이다. 글은 문해력의 최고봉이다.

책 읽기는 쉽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기는 어른도 어려워하는 일이다. 카페까지 운영하며, 다른 학교와 함께 시작하는 일은 나도 처음이다. 잘 지도하여 연말에 연합 문집을 내는 게 목표다. 올 일 년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