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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알아야 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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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알아야 글이 보인다
  • 김 완
  • 승인 2021.04.03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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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7)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국어과 교육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가 ‘한 학기 한 권 읽기’다. 초등학교 국어과 교과서에 학기별로 독서 단원을 설정하고 한 학기 동안 한 학기 동안 한 권의 책을 선정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깊이 있게 읽게 하자는 강력한 의지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많은 고민들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삶 속에서 의미있는 책 한 권을 읽는 경험을 학교 교육을 통해 갖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교육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오래전 불혹을 눈앞에 둔 시기에 늦깎이로 국어과교육이라는 학문을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공부한 적이 있다. 뒤늦게 시작한 일이고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던 만큼 나름 꽤 열심히 주어진 시간을 채웠었다. 그 경험은 이후 초등학교 국어과교육의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어설픈 훈수를 하는 계기가 됐다.  

‘독서는 작가와 독자가 글을 통해 만나는 것이다’ 
공부했던 기억 중에서 아직도 가장 강렬하게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문구다. ‘이처럼 독서를 명쾌하게 정의한 문구가 있을까’ 생각됐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하고 독자를 의식하며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독자는 자신의 스키마를 동원해 글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독자에게 작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 있다면 독서의 깊이가 더해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많은 독자들이 책을 고르거나 읽기 전에 작가에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독서 교육 현장에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통해 독서를 보다 심도있게 하려는 노력들은 독서에서 작가의 중요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진정한 독서가라면 독서 후에 반드시 하는 일이 독후 활동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독서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에 내면화하려는 작업이다. 그 독후 활동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후감을 쓰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남겨 놓으면 오랫동안 뿌듯함을 갖게 되는 소중한 활동이다.

초등학교 국어과 교육에서 독후감 쓰기 지도는 4학년 2학기 7단원에 수록돼 있다. 독후감 쓰기에 대해 삽화와 예시 자료를 통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안내돼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요즘의 아이들이 매우 힘들어하는 활동인 만큼 이처럼 친근한 구성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읽게 된 동기-글의 줄거리-느낀 점’ 
교과서에 수록된 독후감 쓰기 지도의 일반적인 체제다. 반세기도 넘는 시간 동안 지켜온 체제다. 내가 초등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도 공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은 독후감을 쓰는 상황이 생기면 이 체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독서는 작가와 독자가 글을 통해 만나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관점으로 살펴보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체제 속에는 독자와 글만 있고, 작가가 없다는 것이다. ‘읽게 된 동기’와 ‘느낀 점’에 독자가 있고, ‘글의 줄거리’에 내용이 있다.

‘읽게 된 동기-작가 이야기-글의 줄거리-느낀점’
독후감의 제제를 이렇게 보완하면 어떨까. 독후감에 작가 이야기를 쓰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작가의 이해를 통해 글을 보다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아이들이 작가 이야기를 쓰는 가운데 나도 이런 작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

셋째는 독후감의 내용이 훨씬 풍성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교과서를 제작하는 기간에 그 내용 구성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독후감 체제를 제안했었다. 그러나 어떤 연유인지 반영되지 않았다. 매우 아쉽다.  독서에 있어서, 독후감에 있어서 작가의 중요성. 이 글의 서두에 어쭙잖은 나의 국어과교육 공부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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