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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스승으로 선정된 홍인표 선생님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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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스승으로 선정된 홍인표 선생님은 누구?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5.07.31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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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랑의 힘으로 학생들의 人生 바꾼 감동의 교단 스토리

가난했던 시절, 학교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학교대신 일터로 향해야 했던 학생들이 더 많았습니다. 1960년대-70년대 오지의 초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아픈 과거입니다. 하지만 가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한 선생님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달걀을 팔고, 유자나무를 심고, 밤을 수확해 학생통장을 만들어 중학교 입학금까지 마련해줬던 홍인표 선생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39년을 오롯이 초등학생들의 담임을 맡으며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지켜봤던 선생님! 홍인표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스승이 제자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그렇기에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그 자리가 얼마나 귀한지를.
 
그래서 홍인표 선생님은 매 순간 한명 한명의 학생들을 참으로 대했습니다.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때로는 의좋은 형제처럼, 때로는 인자한 부모님처럼 제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나의 인생을 바꾼 참스승’이라 말하는 제자들의 가슴에 홍인표 선생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그 잊을 수 없는 기억의 상자를 열어봅니다.
 
교육이 미래를 바꾸고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다
 
면사무소에 가려면 4km를 걸어야 했던 전남 장흥의 관산북초등학교. 그곳이 22살이었던 홍인표 선생님의 첫 부임지입니다. 도시에서 너무 먼 오지라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2년 후 다른 학교로 떠났지만 홍인표 선생님은 6년 넘게 학생들은 물론, 학교와 마을의 변화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육성회비를 낼 수 없어 일터로 떠나야 했던 아이들, 선생님은 학부모를 찾아다니며 ‘교육이 미래를 바꾸고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홍인표 선생님은 특별한 계획을 합니다. 바로 1인 1사육 운동을 통해 학생들이 모두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허락으로 학교공터에 600그루의 유자나무를 심고, 700마리의 닭을 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한 마리씩 전달해 달걀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마을 발전을 위해 뒷산에 밤나무 12만 그루도 심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가져온 달걀과 유자를 팔아 학생통장을 만들었고, 육성회비는 물론 수학여행 경비와 훗날 중학교 입학급까지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관산북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책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전국 새마을 최우수학교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도 받게 되었습니다.
 

장흥관산북.jpg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뭉친 핸드볼팀과 희망을 연주하고 마을을 웃게 했던 관산북초등학교 악단
 
홍인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제자들이 패배감에 빠지지 않고 날마다 도전하길 원했던 선생님은 특별한 일을 추진했습니다.

“운동 잘하는 친구들을 눈여본 선생님은 저를 포함해서 7명의 학생들을 모아 핸드볼 팀을 만들고 매일 방과후 연습을 시켰어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핸드볼 공을 만져봤죠. 광주시내에서 공을 사오시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저희는 똘똘 뭉쳤고 첫 해에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이뤄냈어요. 전남소년체전까지 나가게 됐던 우리를 보고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의 자랑이라며 박수쳐주셨어요. 홍인표 선생님의 열정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지금도 감사해요!”
 
그리고 마을의 자랑거리는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홍인표 선생님이 직접 만든 초등학생 악단(밴드)입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악기를 잔뜩 사가지고 오셨어요. 50여가지 악기들은 시골에서 볼 수 없었던 악기들이었죠. 선생님이 악기를 가르쳐 주던 그  시간은 행복했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큰 악단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저희는 열심히 연주했어요. 그리고 농사에 지친 마을 사람들을 위해 극장을 빌료 ‘관산북의 밤’을 개최했죠. 부모님과 어르신들 앞에서 연주하여 모두가 함께 웃었던 그날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에요.”
 
 
3.jpg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악수를 하며 사랑의 힘을 보여준 선생님
 
39년동안 2천여명의 넘는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학교에서 보낸 그 기간동안 홍인표 선생님은 매일 거르지 않고 학생들과 악수를 했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없이 똑같은 방식으로 적어도 하루에 3번은 학생들 한명 한명과 얘기를 하자!’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추면서 악수를 했습니다.
'△△야! 오늘 아픈데는 없니? 야 오늘 참 예쁘구나!‘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야, 숙제를 잘해왔구나‘
 
방과후엔 교실문에서 헤어지는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배웅을 했습니다.
'△△야, 선생님이 아까 미안했다‘
 
비록 이렇게 짧은 대화였지만 학생들은 홍인표 선생님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은 선생님이 기억해주는 특별한 누군가가 되었고 홍인표 선생님은 학생들의 가슴에 자리한 특별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을 닮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듣는 칭찬의 한마디는 학생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홍인표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도록, 아낌없는 칭찬을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진심이 담긴 칭찬과 용기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했습니다.
 
‘미연이는 수학을 참 잘한다’는 칭찬에 수학선생님이 되었다는 한 제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인표 선생님처럼만 될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지요. 조금 따라만 해도 좋은 선생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서울로 돈 벌러 떠나야 했던 제자들에게 홍인표 선생님은 ‘어디를 가든 절대 공부를 포기하지 말아라. 너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던 제자는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검정고시를 통과해 지금은 어엿한 교수가 되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 퇴임후에도 계속된 가르침의 길
 
학생들이 가난한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홍인표 선생님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등록금이 없고 고등학교에 못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연락해 학비를 마련해 주었고 대학에 들어간 제자의 용돈의 주기도 했습니다. 2008년 학교를 떠날 때 주위에선 이제 퇴직을 했으니 그만 편하게 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홍인표 선생님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마을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미래의 꿈나무들을 위해 직접 구청의 지원을 받아 마을 학교를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jpg[홍인표 선생님 인터뷰]
 
=선생님의 교육관은?
제자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래서 한명 한명 아이들의 만남이 제게는 모두 특별했고 그 아이들을 차별없이 사랑하려고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스스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과 참된 인간관계를 형성해 제자들의 일생동안 영향을 주고 꾸준히 관계를 갖는 선생님이 되리라 다짐하며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만나고 싶은 제자가 있으신가요?
목포에서 가르쳤던 3학년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글을 읽지 못해 매일 방과 후에 함께 공부를 했었는데 어느 여름날 그 학생이 주머니에서 반쯤 녹은 사탕을 꺼내 저에게 주며 말하더군요. ‘저를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침부터 갖고 온 그 사탕이 먹고 싶었을 텐데. 사탕이 녹는 줄도 모르고 선물하려고 주머니에 간직하고 있었던 그 아이의 마음이 잊히질 않습니다. 3학년이 끝날 때쯤엔 학급발표회에서 동화책을 읽게 되었던 그 학생,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을 그 학생이 어떻게 자랐을 지 만나보고 싶습니다.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사람이 제대로 의지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정말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제자들에게 노벨상을 받는 위대한 한국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요. 그 부탁을 잊지 않고 자신이 있는 그곳에서 자기 역할을 다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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