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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섭 입면중 11회 졸업생·선생님들 "이런 사제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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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섭 입면중 11회 졸업생·선생님들 "이런 사제간 있을까요"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4.03.17 08:4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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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입면중 11회 졸업생들, 노양섭 선생님 정년퇴임식 주최
전영례(광주신용중 교장), 김미경(영광백수중 교사)도 참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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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교육신문 김두헌 기자] 결혼식 주례를 부탁해 3명이나 인생 새 출발을 지켜보고, 고시합격이나 특별한 성취를 거둔 녀석들이 찾아와 넙죽 큰 절 하고, 무시로 서울에 올라오시도록 졸라 음식을 대접하고, 한밤중에 자신의 자녀문제를 상의해 오는 30년전 특별한 제자들이 있다.
 
또 지난번에 개업했던 횟집을 접고 빵집을 운영하는데 요샌 형편은 어떤지, 학교 다닐 당시 몸이 불편해 얼마 못 살지 싶었는데 지금은 가장이 돼 가정을 꾸렸지만 자녀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녀석, 빼어난 용모에 잘 사나 보다 했는데 이혼의 아픔을 겪은 녀석 등 제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금도 관심이 지대한 특별한 선생님들도 있다. 30년전 담임 선생님이었는데도 그렇다.
 
이처럼 특별한 곡성입면중 11회 졸업생들과 노양섭(前 함평교육장), 전영례(광주신용중 교장), 김미경(영광백수중 교사) 선생님이 지난 15일 광주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노양섭 선생님의 정년퇴임 축하를 위해 서울, 대전, 광주에 사는 제자 30여명이 모인 것. 제자들은 정성들여 준비한 꽃다발과 선물, 축하 케익을 선생님들께 전달하고 만나자 마자 '스승의 은혜'를 제창했다.
 
특히, 이날 제자들이 주재한 노양섭 선생님 퇴임식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제자가 축전을 보내왔고, 개인 사정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제자들은 찬조와 축전을 보내왔다. 무엇보다 어린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힘들었던 한 제자가 일어나 당시의 상황을 전하는 감동적인 편지를 낭독하자 선생님들과 제자들은 함께 부둥켜 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축하연은 모임내내 화기애애했고 '스승의 은혜'를 끝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전영례 선생님은 "1981년, 사대를 졸업한 후 초임 발령지라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운동회는 3∼4일동안 계속되며 마을축제로 열렸는데 광주에서 부채춤이나 마스게임을 직접 배워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정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미경 선생님도 “당시 초임이라 나이도 10살 차이 밖에 안나 선생님이자 제자나 다름없었는데 노양섭 선생님을 비롯한 선배 멘토 교사들이 잘 이끌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 중학생들에게 일기를 써오라며 일일이 검사를 했었다. 무엇보다 잘 해준 것도 없는데 훌륭하게 성장해준 제자들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선생님은 “집에 가면 얼른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만나고 싶었다. 당시 학생들의 옷이며 양말 등 차림새가 대부분 허술해 옷 한 벌로 봄부터 겨울을 나는 아이들이 많았다. 뻔한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이 어렵다는 걸 알았지만 2시간∼3시간을 걸어가 가정 방문을 한 후 제발, 어렵긴 하시겠지만 고등학교에 보내달라고 부모님들께 하소연했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시절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노양섭 선생님도 “많이 부족했지만 오직 제자 사랑과 농촌 교육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젊음을 바쳤던 순간이었다. 교육환경이 지금처럼 넉넉하지 않았지만 교직이 삶의 전부이고 희망이었던 시절, 가장 순수한 열정과 교육애로 가르쳤고 제자들도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정확히 알았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고 30년 전을 회상했다.

변변한 퇴임식도 없이 정년을 맞이한 노양섭 선생님은 “오늘 이 자리가 교직 인생중 최고로 영광스러운 순간인 것 같다. 명예로운 정년을 30년이 지난 제자들이 찾아와 축복해 주어서 고맙기도 하지만 더 좋은 스승이 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회한도 함께 느낀다. 후배 교직자들도 저 같은 전철을 답습하지 않도록 순간순간 제자들에게 정성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까까머리 제자들은 졸업 30주년을 기념해 당시 존경했던 선생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년퇴임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노양섭 선생님께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리고 감사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릴 적 순수하고 다정했던 벗들과 情들었던 교정, 그리고 그 안에서 품었던 푸른 꿈을 기억합니다. 스승의 가르치심과 사랑을 세월 속에서도 늘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 속 깊이 새겼던 報恩의 마음을 30년이 지난 오늘에야 작지만 한 마음으로 모아봅니다. 스승님의 크신 恩惠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의 마음과 정성을 이 패에 담아들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기원합니다. 2014.3.15 입면중학교 11회 졸업생 일동 드림'

이런 제자들을 가진 세 분의 선생님, 가난했지만 선생님의 열정과 희생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제자들, 이런 제자들과 선생님 지금 교육현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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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작성자명 2014-03-18 09:36:41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스승을 존경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이 런 교육이 참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왕대산 2014-03-17 18:28:19
입면중 11회 동창생 여러분의 스승존경실천에 무한의 찬사를 보냅니다.
노양섭교장님. 험란한교육현장 무사 무탈 로 정년하심 진심축하합니다.

댓글 작성자명 2014-03-17 13:31:17
너무 감격적이고 눈물나는 사연입니다. 이런 교육현장이 대한민국에서 다시 부활해야 이 민족은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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