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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과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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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과 심리학
  • 류제경
  • 승인 2010.06.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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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현대전에서 심리전은 총 한방 쏘지 않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전술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사라진 대북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대북 심리전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의 반발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방송 확성기에 공격을 가하겠다고 하고 개성공단 폐쇄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만약 북한이 확성기를 향해 격파 사격을 하겠다고 하면 확성기에 환하게 웃는 김정일 사진을 붙여 놓으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의 대북 심리전 재개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저토록 예민하게 대응하는 걸 보면 심리전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 시절로 기억됩니다. 교실에서 친구가 돈 10원을 잃어 버렸습니다. 지금 10원은 세살 먹은 어린 아이들도 돈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1원이면 하얀 십리사탕 10개를 살 수 있었으니 상당히 큰 돈이었습니다. 친구는 울면서 그 사실을 선생님께 일렀고, 선생님께서는 이내 범인 검거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아이들의 이성에 호소하는 작전을 펴셨습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아주 나쁜 일이며, 설령 훔쳤다 하더라도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돌려주는 사람은 정말 용기있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나중에 크게 될 사람이라고 힘주어 강조하셨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선생님이 다 용서하겠다고 부드러운 얼굴로 타일렀습니다. 그리고 전체아이들의 눈을 감게 한 다음에 이제부터 눈을 뜬 사람은 범인이라고 하셨고,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하여 친구 돈을 가져간 사람은 선생님만 알고 있을테니 조용히 손을 들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혹시라도 도둑 누명을 쓸까봐 눈썹이 눈 속으로 깊이 들어가도록 힘을 주어 질끈 눈을 감았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던지 선생님의 노기 띤 음성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책보자기를 서로 짝끼리 바꾸어 뒤지고, 호주머니 검사까지 마쳤으나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생님께서는 신통력과 초능력에 의지하여 범인을 검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밖으로 나가신 선생님께서는 소나무 잎 한 묶음을 따오시더니 우리들 모두의 입 속에 하나씩 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잎을 이로 물게 했고, 최고조의 긴장이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한 후, 도둑의 입속에 들어있는 소나무 잎은 길게 자랄 것이라고 나지막하지만 협박에 가까운 찬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순진한 우리 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심리전에 여지없이 빠져 들었고, 잎이 자랄 것이 걱정이 된 범인은 잎을 조금씩 조금씩 자름으로써 결국 검거될 수밖에 없었고 심하게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야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순진하고 천진난만했던 아이들이니까 선생님의 저급한 심리전에 넘어갔지 지금 아이들이라면 아마도 선생님이 좀 어떻게 되신 것 아닌가 하고 비웃었을 것이 뻔한 일입니다.

교대 다닐 때, 아동심리학이 무슨 의미인줄도 모르고 무작정 시험 대비용으로만 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현장에서 나와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강화니, 보상이니, 방어니, 적응이니 하는 심리학 기재들과 마주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 교육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육자는 학생 심리학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처치를 하게 함으로써 교육에 시너지 효과를 주는 심리학은 아이들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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