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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부동
  • 안용호
  • 승인 2010.06.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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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6.2 지방선거를 전후해 혼탁해진 우리 사회를 보고 있노라니 화양구곡에서 보았던 ‘비례부동’이라는 글씨가 또렷이 떠올랐다. 아니 내 머릿 속에 망치로 음각이 되어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해야 좋을 듯하다.

'비례부동’이라는 글씨는 숙종 때 민정중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의종이 직접 써 준 것을 받아 온 것이다.

송시열을 따랐던 권상아가 선조의 어필을 딴 ‘만절필동’과 이 ‘비례부동’을 암벽에 새기고 암자를 세웠다. 5월 16일 화양서원 답사를 하면서 그 글씨를 보았다.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는 뜻의 ‘비례부동’. 우리를 구원할 글자 같은 생각이 든다. 어디 지금 우리 사회를 맑은 거울로 다시 한 번 자세히 비춰보자.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천하무도가 어떤 것인지 도처에서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어 이를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더 많은 돈과 더 큰 권세를 갖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옳지 못한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짓말을 매일 밥 먹듯 하고 부정을 행한다.

그들은 수 백 개의 거짓 얼굴로 살면서, 때로는 철가면까지 쓰면서 다른 이나 그 자신에게 진실한 적은 한 순간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겉치레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야 사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야만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고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 기관차 같다’고 표현한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 이런 우리 사회를 구제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마다 다른 방법을 말하겠지만 유교적 가치에서 그 희망이 보인다. 공자가 그토록 고민했던 ‘예의 회복’이 우리 사회를 아름다운 사회로, 밝은 사회로, 살기 좋은 사회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비례부동,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 어디 유교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공자는 예(禮)와 악(樂)을 문화라고 보았다. 여기서 예란 인간관계에서의 예절과 도의를 말하는 것이고 악은 문예를 뜻하는 것이다. 공자는 태도를 중시해서 예를 강조했고 성품을 중시해서 악을 강조했다. “예는 인간의 외면을 다스려 주고 악은 인간의 내면을 다스려 준다. 그러므로 예로써 행실을 바로 잡고, 악으로써 화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유가의 근본 사상이다.

공자는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의거하여, 인에 의지하며, 예에서 노닌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공자사상의 핵심이다. 여기서 어질 인은 인간의 근본이며 따라서 예의 근본이다. 예란 순수한 마음이 바탕이 된 연후에 행하여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인에는 정직이 포함된다. 그리고 인은 충과 서를 포함한다. 충이란 성실한 자세를 말하는 것이고, 서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평생 동안 실천할 만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무어라 하시겠습니까?” “바로 서다. 서란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행하는 것이 인을 행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에는 효도 포함된다. 번지가 인에 대해서 묻자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안연이 묻자 “자기를 극복하고 예를 실천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사심을 버리고 예로 돌아간다면 이 세상 누구로부터도 어질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장이 인에 대해서 묻자 “공손함, 너그러움, 미더움, 민첩함, 은혜로움의 다섯 가지를 실천하라.”고 말한다.

인에는 지혜와 용기와 의리도 포함된다. 그러면서 공자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군자’를 든다. 불교의 자비나 기독교의 사랑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자로가 귀신 섬기는 일에 대해 묻자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 말하면서 멀리하라고 타이른다. 공자 어록의 백미다. 이 말이 참 마음에 든다.

그러면 사람으로 태어나서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는 무엇일까?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아내를 사랑하는 일이다. 이렇게 사람답게 사는 도리를 체득한 후 사회로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예를 갖추는 일이다. 인을 실행하는 것이다. 친구를 믿음으로 사귀는 일이나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것도 도리이다. 오륜을 오늘에 재해석하여 실천하는 것은 그래서 꼭 필요하다. 비례부동부터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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