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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겨니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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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겨니가 돌아왔다?
  • 정영희
  • 승인 2010.06.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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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1급수에만 산다는 갈겨니 떼들이 청계천에 서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청정하천 섬진강에서나 볼 수 있는 물고기가 서울의 도심 한복판 개울에서 발견되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계천이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징표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가뜩이나 4대강 사업으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해 있는 터라 민감한 사안이 될 수 밖에 없는 시기에 피라미에 납자루, 끄리까지 서식하고 있었다니 뉴스거리이기에 충분하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공생임에 틀림없으나 놀라운 것은 서울시 관계자의 이상한 답변이었다.

지천에서 흘러든 물고기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흐지부지 되는가 싶더니 환경단체의 제보에 밀려 인위적인 방류에 의한 것이라며 촌극 아닌 촌극으로 서둘러 막을 내렸다. 삼류극도 이런 삼류극이 없다. 자꾸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아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갈겨니는 피라미와 비슷한 잉어과 물고기로, 1~2급 하천에서만 사는 환경지표 생물이다. 흐리거나 사람의 손길이 자주 닿는 물가에서는 살지 않는다. 그러기에 특정 하천에서 갈겨니가 관찰되었다는 것은 수중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생태학자들은 판단한다.

사전에 환경전문가에 의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4대강 사업의 밀어붙이기식 개발로 인해 수달이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고 보호수종이 남벌되고 있으며, 남한강에서는 민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진들이 신문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강은 흘러야 한다. 치수도 좋고 용수도 좋고 관광지 개발도 좋지만 자연을 거스르면서까지 수중보를 건설하여 물길을 돌리는 인위적인 개발은 막아야 한다. 한 번 망가진 산하가 자정 능력이 생길 때까지 몇 백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생태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가까운 곳에 민물고기 생태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곳으로 구례에 섬진강어류생태관이 있다. 강에서 서식하고 있는 미꾸리, 은어, 납자루, 쏘가리, 쉬리 등의 여러 가지 민물고기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나리, 창포나 부처꽃 같은 수변식물들을 기르고 있어 생태체험학습 삼아 꼭 한 번 가볼만한 곳이다.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는 사람은 항상 마음도 포근하다. 나고 자란 고향은 커녕 물길마저 잃어버린 갈겨니에게는 수질 개선을 담보로 준설작업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포크레인이 무섭다. 그러니 외계에서 쳐들어온 괴물로 보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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