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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채 교육감님, 행정실직원들도 신명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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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채 교육감님, 행정실직원들도 신명나야 합니다"
  • 조동석
  • 승인 2010.07.0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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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석∥순천 승남중학교 행정실장

교육감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순천승남중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행정실장 조동석입니다. 1979년에 공무원을 시작하였으니 이제 30년이 넘었습니다. 대부분을 초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해서인지 저도 이젠 교육의 동반자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임초기라 몹시 바쁘실텐데 이렇게 신문 지상을 빌어 글을 드리는 것은 교육감님은 대학에 오래 계시어 일선 초중고등학교 현장의 소리를 들으실 기회가 적으셨을 것으로 여겨 현황 파악에 다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응원의 소리로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엊그제 6.25전쟁 60주년이 지나갔지요. 6.25의 폐허에서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게 된 것을 두고 정치인 누구누구, 어떤 운동 등의 공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공과를 따지자면 저는 무엇보다 학교교육을 앞에 넣고 싶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단정하자면 일선의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의 몫이 컷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제자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교육해 주셨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구요. 근래에 들어 교육현장의 변화로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일선 교사들이 다시 열정을 갖고 교육에 전념하도록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현장은 다시 신명이 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선 교육현장을 신명나게 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만 제가 그동안 곁에서 지켜 본 경험에 비춰보면 행정실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일선 초중등학교의 행정실은 가정의 어머니와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전담하는 교사가 아버지의 역할이라면 학생들이 교육받는데 불편함에 없도록 하고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하도록 지원을 하는 행정실은 가정의 어머니처럼 일해야 합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의 행정 서비스가 절실히 요구되는 곳이 학교입니다.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끔 다투듯 교육현장에서도 교사와 행정실 직원들간의 의견 대립이 종종 있습니다. 교사는 교육자적 양심과 주관적 사고가 원천이지만 행정실 직원들은 관계규정과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업무처리를 해야만 하기 때문으로 어찌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규에 위배된다 감사에 걸린다 책임은 누가 지느냐….

이러다보면 교육은 뒷전이 되고 감사나 법규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행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행정실 직원들의 경직된 사고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행정실 직원들이 제도에 억매여 감사행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소신과 신념을 갖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교육의 동반자로 자긍심과 소신을 갖고 일한다면 법규를 따지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교육적인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며 감사가 무서워 일을 망설이거나 회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즉, 교사들이 신명나게 교육하게 하려면 그들을 지원하는 교육현장의 행정실 직원들도 신명이 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교육감께서 해 주셔야 합니다.

존경하는 장만채 교육감님!

교육현장의 행정실 직원들을 신명나게 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간단하면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교육감께서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행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그 해결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 자신의 최근 인사결과를 일예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30여년의 공무원 생활을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행정실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괴감에 빠져있습니다. 아빠는 왜 맨날 변두리 학교만 근무하냐는 자식들 보기도 미안하고 울고 있는 아내에게 적당한 위로의 말도 찾지 못했습니다. 소화불량과 불면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라남도교육청의 7월 1일자 정기 인사이동으로 고흥고등학교에서 순천관내지정기관 근무 발령을 받았습니다. 임지배치는 순천교육장이 하게 됩니다. 이번에 순천교육청 관내로 6급 3명이 전입하였습니다. 즉, 3명의 인사요인이 있다고 한다면 근무 여건이나 학교 규모에 따라 어디어디가 우선 순위이고 누구누구가 어떤 이유에서 어디어디로 간다는 나름의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임지를 배치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 추세이고 상식이며 이치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기준 없이 오직 인사권자 한사람의 결정에 따라 임지를 배치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전입자 3명 가운데 경력이 저 보다 앞선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순천에서 근무하다 보직 순환 때문에 고흥에서 2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다 전입했습니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만한 결격사유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순천 인근이 아니라 순천에서 교통이 가장 불편한 순천시 송광면에 위치한 순천승남중학교(3학급)로 임지 배치를 받았습니다.

경력이 높다고 특혜나 예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교육현장에서 신명나게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특히, 신임교육감께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주창하는 이 마당에 이런 인사를 단행한다는 게 참으로 용기스러울 따름입니다.

교육감께서 우리 초중고등학교의 행정실 직원들도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도록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조직이 변화하는데,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해 변화하는 데 10년이 걸린다면 지도자 한사람을 잘 만나 위로부터 변화하는 데는 1년이면 족하다고 합니다. 부디 전남교육사에 길이 남는 교육감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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