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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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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바람꽃
  • 정영희
  • 승인 2011.03.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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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추위와 폭설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올 겨울이 더욱 추웠던 것은 구제역과 AI에 맥없이 무너진 축산농가의 피눈물 때문이리라. 자식 같던 소에게 마지막 여물을 주고 가슴에 생매장을 해야 했던 농부들의 피눈물이 4대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바야흐로 봄이다. 약속을 지키려 변산바람꽃이 어김없이 청초한 얼굴을 드러냈다. 자연은 사람처럼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변산반도지역에서 어느 생물학자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이름 지어졌다는 변산바람꽃은 복수초 만큼이나 일찍이 개화하는 야생화다. 이런 귀한 꽃을 우리 고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변산바람꽃은 순백색 다섯 개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가시덩굴 속 서릿발 선 땅에서도 하얀 얼굴을 내미는 게 보통 독한 식물이 아니다. 유독성식물이라는데 꽃을 보면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꽃대를 내밀어 봄을 알리니 계절을 앞질러 가는 극지식물(極地植物)임에 틀림없다.

실물로 변산바람꽃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자연생태에 관한 관심이 증가되면서 야생화에 대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개화 시기에 맞춰 앵글을 돌리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도 자주 눈에 띈다. 렌즈를 통해 감춰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기 위한 욕구 때문이리라.

봄의 서곡으로 상징되는 식물이 변산바람꽃이라면 학교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은 꽃의 또 다른 변주다. 꽃샘추위에 쉬 꺾일 것 같은 저 씨앗들이 무성하게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학교라는 토양에서 선생님의 보살핌 속에 교육이라는 양분을 마시며 자랄 것이다.

여러 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아이보다 학부모의 가슴이 더 설렌다. 첫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일수록 학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크다. 그러니 밤새 뒤척거렸을 것이다. 변산바람꽃의 꽃받침처럼, 우리 아이의 꽃대를 들어 올려 줄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밤잠도 며칠 설쳤을 텐데.

우리는 답해야 한다. 변산바람꽃이 폭설 속에서도 꽃숨을 터뜨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아이에 대한 걱정과 설렘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을 학부모에게, 교실은 당신의 품안보다 훨씬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학교의 존재 가치가 아이들의 사랑과 포용에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온몸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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