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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의 시대(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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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의 시대(時代)
  • 안용호
  • 승인 2011.04.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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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교과부에서 ‘학생자살위기관리위원회’를 조직하여 운영한다고 한다. 그 동안 전직 대통령과 일반인 그리고 학생들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 자살은 꼭 할 수 밖에 없는 한계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동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다 큰 놈이 웬 염색이냐?”는 말 한마디에 “내 마음대로 염색도 못하냐”며 대들다가 아버지로부터 따귀를 맞은 후 분을 참지 못한 양씨는 목검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10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서울서부지검은 7일 양씨를 존속살해 및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술에 취한 고 모씨가 순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술집 앞을 지나가던 30대 남성을 때리고 흉기로 목을 찔렀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냥 화가 나서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렇게 평범한 시민들이 단지 홧김에, 기분이 나빠서 저지르는 살인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0년 범죄 분석에 의하면 살인 혐의로 기소된 1208명 중 절반에 가까운 576명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의 마음 속에 담을 수 있는 분노가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살이 해마다 증가한다는 것이다.

자살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충동’이라는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박충동, 쇼핑충동, 악플충동……. 순간적으로 ‘욱’하는 충동의 시대에 충동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장애물이다. 국민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가 2005년 2만 1695명에서 2009년 5만 7002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을 자극하는 변수는 늘어나는데 감정을 조절하는 기제가 줄었다.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충동의 시대다.”라고 했다. 과거보다 본능적이고 즉흥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감정 과잉’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충동이 지나치면 타인과의 공존을 방해한다. 이화영 고려대 정신과 교수는 “특히 자살은 충동의 극단적인 형태”라며 자살자 가운데 평소 감정 표출이 거친 사람이 많다고 했다.

최근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 중에는 순간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이성 기제가 남들보다 약한 충동조절 장애자가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해 졌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카이스트에서 학생 4명에 이어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자살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개인적인 사안으로 방치해서는 안되며 사회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홍진표 서울 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사회지도층 인사나 유명 연예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카이스트 자살 사태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면서 1등만 기억하는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이 많은데 성공을 행복의 최우선으로 삼다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발적이든 아니든 어떠한 경우라도 자살은 막아야 한다.

세계 주요 국가 중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20명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최근 9년간 대학생 자살 사망자는 연평균 230명 가량이라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이 고통으로부터의 도피수단이나 문제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충동의 시대.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하고 싶고 하지 못 하면 병이 되는 시대. 그래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승자독식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 병리현상일 수 있고 지금까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공부를 해서 출세만 하라는 출세 지향적인 점수 따기식 교육을 해 온 교육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우리는 돈을 좇아 너무 빨리 달려 왔다. 마음 공부를 할 때이다. 내 마음을 찾아야 한다. 이제 천천히 가면서 옆 사람의 손을 잡고 이야기도 듣고 서로 나누면서 행복한 웃음도 지어야 한다. 탐욕은 내려놓고 불신과 과신도 내려 놓아야 한다. 독선과 아집도 버려야 한다. 편집성도 버리고 남의 입장에도 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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