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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람용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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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람용 의궤
  • 안용호
  • 승인 2011.04.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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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지난 14일 오후 4시경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외규장각도서 1차분 75권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총 4차례에 걸쳐 5월 27일까지 190종 297책이 모두 돌아올 전망이다.

국이 외규장각도서의 소유권을 되찾는 반환이 아니라 5년마다 갱신하는 대여 방식으로 이뤄져 완전한 반환이 아니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약탈된 우리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어람용이기 때문에 문화재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1차분에 8권의 유일본이 포함돼 있으며 총 30책이 외규장각에만 있는 유일본으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규장각은 1781년 정조가 강화도에 창덕궁 규장각의 부속시설로 설치했던 왕실 자료실, 거기에는 국왕 왕비 세자의 책봉 혼인이나 장례절차, 성곽 건설 등 조선 왕실의 각종행사를 그림 중심으로 꼼꼼히 기록한 의궤와 전적, 그리고 지도와 갑옷 등이 있었다.

특히 임금님이 보시는 의궤는 어람용 의궤라고 해서 특수 제작한다. 다양한 행사를 세밀하게 기록한 이 같은 문서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형식으로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2940권,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490권이 200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1866년 11월 17일 프랑스 함대를 이끌고 강화도를 점령한 구스타프 로즈 제독은 외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던 1042종 6130책 가운데 340책과 지도 2점, 족자 7개, 옥책 3점을 가져가고는 나머지는 불살라버렸다. 그리고 프랑스 해군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각하! 아주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서적들로 가득 찬 도서실(규장각)에서 공들여 포장한 340여 권을 수집했습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역사, 문학, 전설에 관해 많이 밝혀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편지로 미루어 보건대 제국주의를 과시하려고 고문서를 수집해 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1967년에 프랑스 국유재산으로 등록된다. 로즈 제독 장병의 일기장에는 한국의 시골 어느 곳을 가나 책이 있어 자존심이 상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리고 120년이 흐른 후 서울대학을 다니던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다. 스승은 박병선에게 프랑스에 가면 병인양요 때 약탈해 간 문화재가 있을 것이니 살펴보라는 귀띔을 한다. 도서관 임시사서로 취직하여 공부를 하던 박병선은 1972년에 ‘직지심경’ 하권을 찾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 금속활자본의 실체를 증명해 ‘직지대모’로 알려지게 된다.

박병선의 연구에 의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국이 된것이다. 연구를 계속하던 중 1978년 국립도서관 베르사이유 별관의 파손도서 창고에서 중국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던 외규장각도서를 찾아낸다. 그는 외규장각도서의 존재 사실을 국내에 알렸지만 반향은 미미했다. 오히려 “이렇게 쓸데없는 일을 해서 남 골치 아프게 만든다.”는 냉대와 핍박을 학계와 정부 영역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더하여 외규장각도서 문제를 공개하고 공론화 시켰다는 이유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부터 해고까지 당했다. 해고 후에도 밤을 낮 삼아 10년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외규장각도서 연구에 몰두했다고 하니 이런 분을 이 땅에 내려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83세가 되는 지금까지 직지와 외규장각도서 연구에 몸 바친 그가 찾아간 기자에게 “기쁜 일이나 차라리 소유권을 우리가 갖고 프랑스에 보관 했더라면” 했다던 아쉬움의 탄식이 크게 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지리한 세월이 흐르고 우리의 국력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변하고 1991년부터 외규장각도서 반환을 위한 한국-프랑스 간 협상이 시작되다가 1993년 미태랑 대통령이 프랑스산 고속전철을 팔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다. 당시 생생한 것은 국립도서관 사서가 따라 왔는데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권을 가슴에 품고 울면서 내놓지 않았다. 본국으로 돌아간 사서가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냈다는 기사를 읽고 한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나라의 중요 문화재는 대부분 해외에 있다. 문화재 국제간 조약이 있어 문화재의 유출이 어려워진 점은 다행이라고 하겠으나 이것을 계기로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자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문화민족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영리한 민족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7월 18일부터 특별 전시회를 개최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것은 보면 볼수록 윤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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