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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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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나서
  • 송기원
  • 승인 2013.10.24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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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풍양초등학교 교장

지난 10월 10일, 고흥문화회관 동초 김연수실에서는 명품 가족극 ‘마당을 나온 암탉’ 공연이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문예회관연합회로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기획공연으로 관람을 적극 권장한 작품이다.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렸으며, 초중등 권장도서이자 필독도서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동물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형식의 아동극이기도 하다. 고흥군에서는 문화예술공연 기회가 적은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관람료(1인 1,000원)만으로 단체 관람할 수 있게 배려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풍양초등학교도 전교생 42명이 오후 2시 공연을 관람했다. 필자도 아이들 속에 섞여 함께 보았다. 먼저, 감사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명품을 관람할 기회를 준 군청 관계자 분들께 감사했다. 이해타산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봉사공연(?)에 가까운 주식회사 극단 민들레와 배우들이 고마웠다.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공연’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작사와 연출자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1,2층 객석 584석을 가득 메운 우리 아이들의 진지한 관람태도는 일품이었다. ‘옆사람에게 방해하고 소란스러우면 어쩌지?’ 하는 나의 기우는 크게 빗나갔다. 눈과 귀가 무대 위에 몰입하여 우수한 관람태도를 보인 아이들 모두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고 싶다. 과역, 두원, 대서초와 고흥동초 4학년들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다. 공연이 시작된 1~2분쯤에는 약간의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60분간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공연 다음날, 아이들에게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였는지 물어보았다. 전교생 중 5명만 ‘잘 모르겠다’ 고 했고, 나머지는 책도 읽고 영화로도 보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금요일 저녁, 어린이집에 다니는 7살 손자에게 동화책을 보여주며, “이 책, 읽었니?” “그럼요. 몇 번 읽었어요. 영화도 보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막힘이 없다. “무얼 느꼈니? 작가 선생님은 무엇을 말하려고 이 책을 쓴 것 같애?,” “……"

손자는 눈웃음으로 대신했다. 기특해서 꼬옥 안아 주었다. 이 작품은 ‘우리는 소망을 꿈꾸고 그 꿈을 이루어 갈 거야!’라는 메시지를 준다. 양계장에서 알만 낳는 주인공 잎싹은 알을 품어 병아리를 보고 싶은 소망을 품는다. 어느 날 잎싹은 양계장에서 버려지지만 거친 들판에서 알을 품게 되고, 드디어 알이 깨어 아기의 탄생을 지켜보며 첫 번째 소망을 이룬다. 아기는 커서 초록머리가 되고, 초록머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잎싹은 날고 싶다는 소망을 갖지만 아카시아 꽃잎 같은 눈발이 흩날릴 때 족제비 아기들 배를 채워주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이 작품을 쓴 황선미 선생님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혼자 캄캄해질 때까지 남아 동화책을 읽었다고 한다. 진한 휴머즘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내놓으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도 사로잡은 행복한 작가이시다. 선생님은 ‘작가의 말’에서 이런 말을 했다. “꿈이 자주 바뀌는 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다는 증거예요. 지금 생각에는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꿈일망정 멋진 꿈을 간직한 어린이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간직한 사람은 언제나 세상의 주인공이랍니다.”

인생에서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역경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 자격조차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을 보고나서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며 나 스스로에게 삶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반성을 해보았다. 고흥군에서는 군민의 문화수준 향상을 위해 매월 문화예술 공연을 해오고 있다. 하절기에는 야외 콘서트를, 여름과 겨울에는 영화상연을 한다. 작년 11월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회’를 공연하기에 우리학교 아이들과 함께 단체 관람을 했고, 재작년에는 명배우들이 출연한 연극 “친정 엄마”를 보기도 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가족을 위한 사랑과 감동이 있는 아동극이자 가족극이다. 어린이만을 위한 연극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웃음과 감동이 담겨 있다. 그러기에 관내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님들도 한 분이라도 더 (자녀들과 함께 아니면 따로라도)보았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람한 가족이 많을수록 가족간 대화가 풍성해지고 가정에서의 인성교육도 자연스레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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