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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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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 양선례
  • 승인 2024.01.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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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례∥(고흥) 동강초등학교장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이미 겨울방학을 했거나, 이번 주에 한다. 12월 하순 겨울방학 시작, 2월에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더 나와서 학기 말 성적 처리와 졸업식, 종업식을 하던 공식이 깨졌다. 2학기 시작도 9월 1일이 아니다. 8월 하순, 빠르면 8월 중순부터 2학기 개강식이 열린다.

비슷하게 방학하고, 또 졸업식이 이뤄지던 데서 벗어나서 학교장 재량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190일 이상의 최소 수업일수만 맞추면 되니, 학교의 상황과 구성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해진 것이다. 

우리 학교처럼 1월 초순에 그 학년도 학사일정을 마치면 그때부터 학교는 약 50일간의 긴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자녀를 살뜰히 보살피고, 교육에 열의가 높은 학부모라면 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쓸 것이다. 자녀의 손 빠진 지난 학년도의 교육내용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학년의 내용을 예습하는 시간으로 쓸 수 있다.

교사도 긴 방학을 이용해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걸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교사가 배우는 모든 것이 결국은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자기 돈 들여 견문을 넓히는 걸 장려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내가 근무하는 농어촌 지역의 아이들은 방학이지만 갈 곳이 없다. 학교에서 하는 약 2주간의 겨울 방과후 학교가 끝나면 학습은 그것으로 끝난다. 가까운 곳에 학원이 없을뿐더러, 기십만 원씩 내고 다닐 여유가 없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학교라도 가까워서 올해부터 돌봄교실 다니는 학생에게 지원되는 ‘행복 도시락’의 혜택을 누리거나, 지역 아동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결손이나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늘어가는 게 현실이고 보니,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면 유일한 친구가 텔레비전과 손에 쥔 스마트폰뿐이다. 학교에서 정시에 나오던 급식도 없으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건너뛰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급식과 친구가 있는 개학을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  

우리 학교도 내일부터 긴 방학에 들어간다. 지난 30년간 12월에 하던 방학에 익숙하여 마지막 2주를 견디기가 힘에 부쳤다. 관리자인 나도 그런데 아이와 대면하는 최전선에서 한 학기를 살아 낸 담임 선생님은 더 그럴 것이다. 단위 시간의 수업 준비로, 하루에도 몇 번씩 꼭지를 돌게 만드는 아이들의 다툼 중재로 하루하루 힘들었을 선생님들께 위로를 보낸다. 

부디 이번 방학에는 쉼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채웠으면 좋겠다. 교실과 아이는 잠시 잊어버리고 커피향 가득한 느긋한 아침과, 전임지 동료 교사들과 모처럼 만나 정다운 수다로–그래봤자 아이 이야기일 게 분명하지만–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 지쳤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새봄 새 아이들과 다시 만날 기운이 생길 것이다. 적당히 느슨해졌던 마음을 동여매고 새 학기의 설렘이 가득할 테지. 그때 만난 아이들은 또 이쁘고 사랑스럽겠지. 

“선생님, 한 학기 동안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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