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평소에 존경했던 고재술 감사관님, 명복을 빕니다"
상태바
"평소에 존경했던 고재술 감사관님, 명복을 빕니다"
  • 김두헌 기자
  • 승인 2023.12.08 10: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나 예산 부서의 중책 맡지 않아 이권이나 청탁 개입될 여지 전혀 없어
전광판, 심폐소생술 실습용품 등 기자재 선정과 납품 조사 앞두고 스트레스
딸 결혼식 날짜 잡고, 구순 어머니 무릎관절 수술 잘됐다고 기뻐하던 효자
故 고재술 전남교육청 감사관

평소에 존경하는 고재술 전남교육청 감사관이 홀연히 떠났다. 구구한 억측과 숱한 낭설이 분분하지만 단 하나의 진실은 “아까운 사람이, 간다는 말도 없이 우리들 곁을 떠났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대 사건이라서 전남교육청과 감사관실은 그야말로 공황상태다. 날벼락같은 일이 벌어진 지난 6일 오전, 고 감사관은 ‘교육기자재 구입 절차 의혹 실태조사’와 관련된 향후 계획을 간부들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5일에 이어 6일까지 '감기를 심하게 앓아 입맛이 없다'며 '집에서 죽을 먹겠다'고 도교육청을 나갔는데 6일이 마지막이었다. 전남교육청 옥상에서 평소 술자리에서나 한 두대 피우던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가끔 목격됐다. 

도의회와 교직원단체에서 잇따라 제기한 학교 현장의 전광판, 심폐소생술 실습용품, AI교구 등 기자재 선정과 납품 전반에 대한 의혹 제기에 마음고생이 심해 살도 많이 빠졌다. 

공직생활 내내 인사나 예산 부서의 중책을 맡지 않아 이권이나 청탁에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었던 고 감사관은 향후 조사가 이뤄지면 후배 공직자들에게 행여나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아들딸도 타지에서 생활하고 아내도 해남에서 근무해 주말에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감사실도 연말을 맞아 밀린 감사일정 때문에 3팀 모두 3주 연속 출장을 나가는 바람에 거의 텅빈 상황이었다. 지나고 보니 우울증 전조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대한 치료는 없었다고 한다.

딸 결혼식 날짜 잡고 좋아하던 아빠, 구순 어머니 무릎관절 수술 잘됐다고 기뻐하던 효자 아들. 베란다 유리창 닦이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사용해 보니 잘 닦인다고 주변 직원들에게 카톡으로 추천하던 친절한 동료. 

고 감사관은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지나가다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호칭앞에 ‘평소에 존경하는’이라는 말을 접두사처럼 붙여 사용했다. 선후배간 유대가 돈독해 고향인 고흥출신, 순천고 출신들의 정신적 지주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 감사관은 지난 1990년 7월 1일자로 고향인 고흥에서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도교육청 총무과에서 근무하다 1997년 9월 1일자로 7급으로 승진해 광양교육청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후 전남도교육위원회 의사과, 총무과 총무팀, 인사팀에서 근무하다 6급으로 승진해 완도교육지원청 관리계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2008년 1월 1일자로 교육위원회 의장 비서실, 정책기획관실, 교육감 비서실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3년 7월 1일자로 사무관으로 승진해 나주공공도서관 총무부장으로 재직하다 2014년 1월 1일자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에 1년간 파견을 다녀왔다.

2015년 1월 1일자로 목포공공도서관 평생학습부장으로 복귀해 2016년 1월 1일자로 도교육청 예산정보과 의회팀장, 보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총무과 총무팀장을 지냈다. 2019년 7월 1일자로 서기관으로 승진해 순천대 입학지원실장, 전남교육청 행정국 학교지원과장, 정책국 초대 노사정책과장, 2021년 7월 1일자로 전라남도고흥평생교육관장으로 전보돼 근무해왔다. 

본청 과장을 지내며 사립학교 교육환경 개선, 교육공무직의 근로환경 개선과 상호 존중의 협력하는 노사문화 정착에 기여했다. 또 1년 2개월간 전라남도고흥평생교육관장으로 재직하며 수요자 중심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평생교육 활성화에 노력했다.

서글서글한 성품과 꼼꼼하고 탁월한 업무능력을 갖춘 고 감사관은 지난 2022년 9월 1일자로 전남교육청 감사관 개방형 직위공모를 통해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 임용돼 근무해왔다.

고재술 감사관과 6일 오전 11시 43분, 마지막 통화를 했던 박규백 서기관은 "힘 없어하지 말고 점심식사하고 병원들러 수액이나 맞고 오라고 했다. 지나고 보니 평소 그렇게 꼼꼼하던 감사관님이 그렇지 않은 모습도 보였는데 그걸 옆에서 모신 사람이 눈치채지 못했다. 억울하고 원통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호남교육신문의 열렬한 독자였던 고인은 기사에 오타가 나면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내주곤 했다. 또 보도자료를 덮어쓰기 해 게재하면 “기사의 문맥이나 문장이 바르지 않다. 고쳤으면 좋겠다”고 각종 기호를 동원 첨삭해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오타가 자주나고 비문(非文)이 흔해지면 기사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다. 신뢰가 무너지면 독자는 떠난다”고 조언했던 꼼꼼한 편집국장 같은 당신을 이제 다시는 볼수 없게 됐다. 몹시 슬프고 우울한 나날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사람 좋았던 당신, 그곳에서는 근심 걱정 내려놓으시고 제발 평안하시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그리움 2023-12-10 18:35:2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