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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지금, 어떻게 지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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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지금, 어떻게 지냅니까?
  • 조숙진
  • 승인 2023.07.1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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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진∥자유기고가

“어떻게 지내십니까?”

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초등 교원으로 지인으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다. 여기서 ‘어떻게’라는 말의 뜻은 사실 ‘무엇을’ 하고 지내냐는 뜻이다.

평생을 공무원으로서 출근과 퇴근의 수동적 삶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무슨 일을 하며 지내느냐는 말이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든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말이든 나는 한동안 진심으로 생각해 보고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학교가 참 궁금해졌다. 아직도 달의 이름이 바뀔 때마다 ’이맘때면 ~ 을 하겠구나.’ 하면서 그냥 교직의 생태를 되새김질해보곤 한다. 

이제 7월이니 교실에서는 교육과정 진도를 조절하고 방학 계획을 세울 것이다. 방학 중 방과 후 교육 활동 계획 그리고 학생들의 방학 계획과 집으로 가지고 가야 할 물건을 빼고 교실 정리 등 언제 바쁘지 않은 달이 있을까 하지만 7월은 더 바쁜 것 같다. 교사들도 방학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각종 원격연수로 전문성 신장이다 뭐다 해서 바쁘긴 마찬가지다.

단지 가르침과 배움을 병행해야 할 때와 상대적으로 몰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요즘 집합 연수나 실기연수가 정상화되어 교사들에게 있어 방학은 오히려 계획에 신중함을 기해야 할 때다.

관리자야 항상 학교에 관심을 두고 살피는 게 임무이니 방학 중에도 출근해서 방과 후 교육 활동과 각종 특별 프로그램 운영 상황을 지켜봐야 하고 공사 계획도 살펴야 하며 개인 연수 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런 식의 1년 전 되돌아보기는 쓸데없는 미련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일말의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 내지는 애정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맨 앞 동에 살면서 날마다 학교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아파트 높은 층이라 4층짜리 학교의 정수리가 다 보인다. 비스듬히 육교를 지나가는 학생들을 볼 수도 있고, 마음먹고 지키고 있으면 학교 후문의 풍경을 살필 수도 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아이들이 교실에서 쏟아져 나와 시끌벅적 학교가 들썩이는 시간이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뭐니 뭐니해도 학교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악기 소리, 떠들며 노는 소리 등으로 울타리 안이 가득해야 제맛인데 말이다. 

하기야 더운 여름에 운동장에서 놀 리 없고, 수업도 에어컨 시원한 체육관에서 할 건데 아이들 소리가 갇혔다고 서운해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조용한 가운데 교실마다 학생들이 그득하고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아웅다웅하는 학교의 모습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종종 차를 타고 어느 학교든 지나게 되면 과연 이 학교는 지금 학기 중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 때가 있다. 막연히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다. 체험학습 갔나? 특별 수업을 위해 다목적실로 갔나? 이 학교는 살아있나? 등등 이런저런 추측을 해 본다.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는 관심이 더 있겠지만 나같이 직접적인 학교 관련 경험이 있던 사람도 그러지 않을까. 

한 발짝 물러서서 살다 보니 학교란 참 모를 곳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깜깜하다. 정말 학교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은 학교 건물을 지나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학교 소식을 모르기는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마다 학교 소식을 현수막 거치대에 올리거나 학교 담장 주변에 걸어 두는 경우가 있다.

‘유치원 원아 모집’이라든가 ‘학부모 학교 교육 연수’ 또는 ‘전라남도대회 우승 경축’ 등 전에는 그런 정보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런데 요즘은 눈에 띄는 학교 소식 접하기가 여간 쉽지 않아 플래카드 한 장 붙여진 학교를 보면 고맙기까지 하다. 학교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플래카드 홍보법’이지 않나 싶다.

학교별 경쟁을 부추긴다고 생각하기보다 지역민으로서 지역 사회에서 동반 성장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보고 싶고, 알고 싶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학부모가 아닌 이상 학교 누리집에 들어가 볼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학교 안에 들어가 보기도 그렇다. 외부인이 얼쩡대었다가는 괜히 이상한 눈초리에 쫓기듯 나와야 할 것이 분명하다. 플래카드가 아나로그식 정보 전달 방식일지라도 아직은 유효하다고 본다. 학교 주변을 지나가다 눈에 걸리는 게 플래카드이니 때에 따라 걸어 달라고 부탁한다면 주제넘은 처사일까. 

내게는 넘쳐나기 때문에 더이상 필요도 없는 방학의 계절에 괜히 혼자 궁금증만 자라나서 그저 보이지 않는 학교 울타리에 귀를 대고 내가 알고 있는 경험의 범주를 헤아려 보는 중이다. 지금 학교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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