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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딴지걸기
  • 김광호
  • 승인 2023.07.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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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양중 교사

우리의 상식과 공정은 중병을 앓고 있다. 국민은 사회를 살리기 위해 상식과 공정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의 입에서 상식과 공정이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비상식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의미다.

공직자가 덕을 잃으면 그 해독은 사나운 불길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옛 문헌에서 잘못된 정치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한다. 왜 백성들은 그릇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춘추시대 때 물고기를 기르는 것을 취미로 삼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물고기를 연못이나 어항에 기르지 않고 작은 그릇 몇 개를 놓고 그 안에 고기를 길렀다. 어떤 사람이“물고기를 좁은 그릇에 키우는 것은 고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했지만, 그는“나는 남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며칠 지나자 물고기는 모두 죽었다. 사람들은 그의 물고기 기르는 방법을 빗대어“오늘날의 백성들은 그자가 기르는 물고기와 같고,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모두 물고기를 아낀다는 그자와 같다”라고 말했다. 이 어찌 정치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신 이상자들이 사는 곳이 나라인가? 춘추시대 진나라에 봉씨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정신이상증세를 보였다. 아들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현자를 만났다. 현자에게 사연을 말했더니 그는 “당신은 아들이 미쳤다고 생각하시오?”라고 물으며 “지금 천하는 서로 자기 이득만 챙기려고 물고 뜯느라 정신이 없소. 사람들이 거의 병적으로 변해가고 있소. 그런데 그들은 서로 같은 병을 앓고 있기에 자신이 병들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소. 지금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당신의 아들처럼 정신이상자가 되어 있다면,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당신이 미친 사람으로 보일 것이오”라고 말했다. 이런 정치로 어떻게 백성의 삶을 지켜줄 수 있겠는가?

왜 이익(돈)만 말하는가? 이 욕망의 끝판 왕 때문에 백성의 마음이 왜곡되었다. 맹자는 사랑과 정의도 있다고 말하며 전쟁을 앞세우는 양혜왕에게 왕도정치(王道政治)를 권한다. 당시 양나라는 왕이 백성의 안위보다는 전쟁에 목숨을 걸었기에 백성의 삶이 고단하기만 했다.

백성들은 농사철을 잃어버렸고 전쟁터로 나갈 날만을 기다리다 죽어갔다. 백성들의 시신이 길가에 널려있었지만 왕의 마구간과 푸주간에는 기름진 고기가 넘쳐났다고 하니, 이 어찌 바른 정치라 말할 수 있겠는가?

왜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기는가? 조고는 왕을 업신여기며 국정을 농단했던 간신의 대명사이다.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고 말했다. 거짓말하지 말하고 했지만 조고는 당당하게 우겼다. 그리고 좌우에 있는 신하들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사슴이라고 말하면 목숨을 빼앗고, 말이라고 부르면 부귀를 챙겨주었다. 폭력 앞에서는 개인은 당당하게 자유를 말하기 어렵다. 개인은 보편적인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불법적,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못한다. 권력을 남용하는 신하를 바른 공직자라 할 수 있겠는가? 

춘추시대로부터 2,0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인간은 진화했고 역사 또한 발전했다. 하지만 정치는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전쟁을 넘어 자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나라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다른 사람의 달콤한 말이나 쓴 말까지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정치에 반영해야 한다. 태평 시대를 이끌었던 순임금은 “내가 그릇되면 그대들이 나를 도와야 하니, 그대들은 앞에서만 따르고, 물러나서는 뒷말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오”라고 말했다.

국민을 개와 돼지로 취급하는 정치, 국민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정치, 지위와 권한을 넘어서는 정치 등 다양한 정치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았다. 정치는 더 이상 국민의 가슴을 까맣게 태우지 마라. 국민의 눈은 하늘의 눈이요, 국민의 귀는 하늘의 귀라는 맹자의 말을 기억하며 국민의 마음을 올바르게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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