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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은 수많은 덕후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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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은 수많은 덕후를 원한다"
  • 김광호
  • 승인 2023.04.2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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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양중학교 교사

우리 사회는 인공 지능의 발달로 디지털 세상으로 빨려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지식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실에서 틀에 박힌 학교 교육은 청소년의 손발만 꽁꽁 묶을 뿐이다. 

‘덕후’라는 단어를 매스컴에 종종 접할 수 있다. 덕후는 일본의 ‘오타쿠’에서 비롯된 말이나 한국식으로 발음하면서 ‘오덕후’가 됐고 더 줄여 ‘덕후’라는 단어가 생성되었다. 

일본의 오타쿠는 사람들과 교류를 멀리한 채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나 게임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우리말화 된 ‘덕후’는 어떤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일컫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면서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 경지에 오른 사람을 지칭한다.

지금 앞에서 세계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바로 덕후였다. 그는 어린 시절에 공상과학 게임과 만화에 빠져 살면서 화성 정복과 지구 구원이라는 꿈을 꾸었다. 그 엉뚱한 소년이 지금은 전기자동차로 지구를 구하려 하고 있으며, 자체 연구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까지 성공하며 화성 정복의 꿈 또한 머지않아 이룰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헬리콥터에 관심이 많았던 프랭크 왕, 그 또한 덕후였다. 그는 헬리콥터에 푹 빠져 살다가 어른이 되어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달아보고픈 호기심이 발동해 카메라를 헬리콥터에 정착하였다. 드롭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그 손꿉장난 같은 발상이 세계 최고의 드론 회사인 디제이아이를 창업한 것이다.           

일본의 다키히로도 덕후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기차를 좋아해 시간만 나면 기차 구경을 했다. 기차를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복잡한 운행 시스템이 궁금해졌다. 그는 직접 일본 전역의 기차 노선도와 운행시간표를 연구했으며 이런 관심은 기차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로 이어졌다. 그가 만든 게임은 판매 5년 만에 8억 5천의 수익을 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종이비행기 덕후 이정욱가 있다. 산골 마을에 살면서 공책을 찢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종이비행기 오래 날리기 대회가 있음을 알고 꿈을 키웠다. 15년 동안 2만 개가 넘는 종이비행기를 접으며 더 잘 접고 잘 날리기 위해 유체 역학, 항공기의 비행 원리 등을 스스로 공부했다. 2016년 그는 1분 동안 수박에 종이비행기 열두 개를 꽂아 세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으며 과학에 젬병이었던 그가 전국 과학고등학교 여러 곳에서 항공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정답을 원하지 않는다. 오직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삶에 대한 에너지를 갖춘 덕후를 원하고 있다. 이젠 우리 사회도 덕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덕후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청소년은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유로운 사고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열린 공간에서 취미나 관심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심화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로 취업과 창업의 문을 활짝 열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열린 교육환경을 제대로 제공한 적이 있는가? 그들에게 그들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한 번이라도 주었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청소년에게 돈을 많이 벌고 완전한 직장을 갖추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변하며 사회가 정한 '정답'만을 따르라고 강요했다. 더 이상 붕어빵 같은 인재는 필요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우리사회는 청소년에게 의자의 개수를 늘려주어야 한다. 사회가 몇 개 되지 않는 자리를 놓고 청소년에게 의자 뺏기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의자를 만들 수 있도록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청소년이 많다. 그들에게 ‘그런 삶은 실패할 거야, 그게 밥 먹여줄 것 같냐?’는 등 꼰대 같은 말을 던져 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따라‘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고(故) 김우중 회장의 책 제목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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