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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지도,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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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지도, 이대로 괜찮은가"
  • 김 완
  • 승인 2023.04.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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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44)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침마다 아이들을 만난다. 천진하고 밝은 얼굴들이다. “그래, ○○아 안녕.”

마주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 뭔가 불편한 잔상이 남는다. 인사하는 몸짓 때문이다.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와는 달리 인사하는 자세는 어딘가 어색하다. 고개는 숙이지 않은 채 앞으로 쑥 내밀고, 두 손은 어설프게 아랫배에 얹었고, 허리는 어정쩡하게 굽히고 있다.

인사는 인간관계에서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말과 행동으로 서로 예를 표하는 생활 속 예절이다. 소통의 기본적인 행위이며 인간 관계의 시작과 끝이다. 세계적으로는 문화권에 따라 생활 방식에 기초한 여러 가지 인사법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또한 인사에 관한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조기에, 올바르게, 구체적으로, 반드시 교육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이 가정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고, 교육기관일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체계적으로 심도 있게 교육하여야 할 기관은 역시 학교다. 학교 교육은 개인의 인격을 완성해야 하는 기능, 사회적 양식을 익히게 하는 기능, 문화유산을 보전 전달하는 기능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인사를 어떻게 지도하도록 되어 있을까. 공교육에서 인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는 것이 ‘○○○ 1학년’이라는 교재다. 학교에 처음 입학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시도교육청 차원의 인정도서다. 교과서에 상황에 따라 인사하는 모습의 삽화가 실려 있고, 교사용지도서에는 인사법에 대한 참고자료가 수록돼 있다. 

나름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으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교과서에는 웃어른 앞에서 두 손을 배에 모으고 인사하는 삽화가 있다. 교사용지도서에는 인사할 때 윗몸을 굽히는 각도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인사할 때 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과 발은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수업의 목표가 바르게 인사하기인데 바른 인사가 어떤 것인지 분명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인사 지도에 관한 내용은 초등학교 4학년에 또다시 소개된다. 교과서에 공수 인사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사진 자료가 수록돼 있다. 손을 겹쳐 잡을 때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도 설명하고 있다. 교사용지도서에는 공수 인사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공수인사의 상황별 방법을 순서대로 안내하였다. ‘수업도움말’ 코너에는 정중한 인사, 보통 인사, 목례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일상 생활 속 인사 지도에 참고하도록 했다. 늦게나마 다행스런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려는 존재한다. 우선 지도 시기의 문제다. 초등학교 4학년에 실시하는 인사 지도가 과연 적절한가. 1학년부터 3학년 동안의 인사는 어떻게 할까. 공수 인사의 방법 지도 또한 어려움이 있다. 공수 인사는 남녀의 손겹침이 다르고, 평상시와 애사시가 다르다.

요즘처럼 남녀를 구분하는 것에 민감한 시기에 남녀가 달라야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평상시와 애사시에 손겹침을 반대로 해야 하는 데 애사시의 기준은 무엇인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생활 속 예절은 지역, 시대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합일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매우 기본적인 예절 중의 하나인 인사하는 방법은 최소한 두 가지 관점에서 교육 내용과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첫째, 최소한 초등학교 입학 초기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구체적으로 표준화된 인사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미숙함과 혼란은 오롯이 우리 아이들이 감당해야 한다. 

[청계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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