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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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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침묵하고 있다"
  • 김광호
  • 승인 2023.04.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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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양중학교 교사

우리 사회는 용서(容恕)라는 단어를 잃어버렸다. 아니다. 인간의 진실과 마음을 잃어버렸다. 우리 사회는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거리를 더 우쭐거리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을 한없이 떨어뜨린다.

혹 영화 '밀양'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동네 아저씨가 돈 때문에 밀양으로 막 이사 온 아주머니의 외아들을 유괴하여 목숨을 빼앗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곧 잡혔고 교도소에 수감 되었다.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범인이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교도소로 면회를 갔다.

그러나 범인은 어머니를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보다 태연한 몸짓으로 마주 앉았다. 잠시 후 어머니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버렸다. 아들을 죽인 범인은 하나님에게 자신의 죄를 얼마 전에 용서받았다고 말하며 그 후로는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삶은 엉망진창인데, 범인은 어머니에게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으니 이런 용서야말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격이다. 도대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종교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니 이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학교 폭력 또한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얼마 전 매스컴에 따르면 학폭 가해자는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삶을 망쳐 놓고도 버젓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이 가해자 또한 피해자에서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권력과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사람과 법이 무서워 고개를 숙일 뿐만 아니라 2차 가해가 있을 것 같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외딴 곳으로 떠났다니 이것을 용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이후부터 가해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떳떳하게 하고 있다니 이 또한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격이다.

더 큰 문제는 위처럼 부모의 지위나 힘의 유무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의 방향이 뒤바뀐다는 것이다. 폭력을 자행하고도 가해자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니 우리 사회는 상식이 사라진 사회가 맞는가 보다.

요즘 국민의 마음이 편치 않다.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취했던 일련의 조치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에 조선을 강제 병합하고 위안부나 강제 징용, 징병을 통해 조선 백성의 인권을 말살하였다. 그리고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한 발 더 나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과서에 수록하고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은 여전히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사과와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일본을 탓하기보다는 우리의 국력이 약했기에 그러한 아픔이 있었다고 말하며 국익을 위해 일본과 손잡고 미래로 나가자고 선언을 했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었을 때 우린 일본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할 것이며 경제적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들의 꼼수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용서는 사람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마음이다. 용서는 진정한 사과에서 시작된다. 진정한 용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든다. 그러나 잘못된 용서는 사람과 국가 간의 신뢰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존감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용서의 참 의미는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반성하지 않은 과거사는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피해자에 정중히 고백해야 한다. 그랬을 때 피해자의 상처도 조금씩 아물 것이며 용서라는 성스러운 마음까지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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