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훌륭한 리더의 용병술
상태바
훌륭한 리더의 용병술
  • 장옥순
  • 승인 2023.03.06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옥순∥독서가·교육칼럼니스트

"리더는 혼란에서 단순함을, 불화에서 조화를,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이다"-아인슈타인 -

동물세계에 전쟁이 났습니다. 사자가 총지휘관이 되어 병사들을 인솔했습니다. 산 속 깊은 곳에서 많은 동물이 자원해서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부지휘관인 여우가 동물들을 둘러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끼리는 덩치가 커서 적에게 들키기 쉬우니 그냥 돌아가는 게 낫겠어. 당나귀는 멍청해서 전쟁을 수행할 수 없으니 돌아가고, 음~토끼는 겁이 많아서 데리고 나가봐야 짐만 될 거야. 돌아가. 개미도 왔군.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전쟁을 해? 돌아가."

여우의 이야기를 듣던 사자가 여우에게 버럭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나귀는 입이 길어서 나팔수로 쓰면 되고, 토끼는 발이 빠르니 전령으로 쓸 것이고, 코끼리는 힘이 세니 전쟁 물자를 나르는 데 쓸 것이고 개미는 눈에 잘 띄지 않으니 게릴라 작전에 투입하면 된다."

우화에서 배우는 가르침의 지혜

위의 이야기는 오래 전 우리 반 아이들과 아침독서를 하던 날,  어느 신문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우화입니다. 부모나 선생님은 부지휘관의 안목보다 지휘관의 눈으로 자식을 바라보고 그가 가진 장점을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했습니다. 

학교 교육에서는 흔히 학력이나 지식이라는 작은 틀에 아이들을 가두고 그 틀 안에 맞지 않는 아이들을 부진아로 몰아세워 그가 가진 또 다른 장점까지 덮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케 하는 이야기라서 마음이 뜨끔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진 얼굴이 다 다르듯 그가 가진 장점도 다 다른데 오로지 학력이라는 잣대 하나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 채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반성했던 글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도 국어, 수학 공부는 못해도 유난히 잘 웃기고 능청스러워서 배꼽을 잡게 하는 아이가 있는 가하면, 자로 잰 것처럼 도무지 일탈 행동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인 모범생도 있었습니다. 난독증은 있어도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나서 수학 시간이면 눈빛을 반짝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툭하면 해찰을 하다가 엉뚱발랄한 질문으로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는 악동도 있어서 유쾌했던 교실.

틈만 나면 내 휴대폰을 가져다가 귀여운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고 사랑스런 표정을 지으며 애교를 떠는 덩치 큰 소녀가 있는가 하면, 우수한 두뇌로 금방 드러날 거짓말로 숙제 안한 사실을 감쪽같이 숨기려다 들통이 나서 매번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잔꾀를 부리던 아이까지, 아홉 명뿐인 작은 교실에서도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바야흐로 새 학년이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세상이 살기 힘들고 불안한 어른들의 세계는 아이들에게는 더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감정보다 더 예민하고 순수하기에 작은 충격에도 상처를 크게 받습니다. 그것은 우울감으로, 분노라는 이름으로 나타납니다. 

그 아이들이 안고 있는 분노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어쩌면 교실에서 일탈 행동을 보이고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대드는 아이들은 그들도 살고 싶고 대접받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친구를 괴롭히는 학교폭력으로, 선생님께 대드는 것이라고 잠깐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학과 성적 외에는 자신의 재능과 자랑을 드러내고 끼를 발휘할 무대가 거의 없으니 지적인 공부가 아닌 다른 재주를 가진 아이들은 늘 소외되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아서 자신감조차 없습니다. 그렇게 누적된 불안과 두려움은 친구들에게 폭력으로 나타나고 분출시킬 방법조차 모르니 반항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나라의 아이들과 학생들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어른 못지않은 상처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달려도 결코 순위에 들 수 없음을 뻔히 알고 달리는 학력사회의 병폐를 알면서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무조건 달리라고 성화입니다.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주는 선생님

나는 위의 우화를 읽은 후, 내 반 아이들이 지닌 장점을 찾아 기록했습니다. 웃음이 예쁜 아이, 말씨가 고운 아이, 친구를 잘 돕는 아이,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 남을 잘 웃기는 아이, 춤을 잘 추는 아이, 개그를 잘하는 아이 등등.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데 우리는 늘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보이는 것은 일시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며 진리에 가깝다는 나름대로의 깨달음의 언덕에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 앉혀 놓고 거울처럼 들여다보며 학년 마무리를 했습니다.

날마다 받아쓰기 못한다고, 숙제를 덜 했다고, 글씨가 예쁘지 않다고 칭찬 받을 일이 거의 없었던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헤어짐이 코앞에 다가와서야 재미있는 교실로 만들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며 후회했습니다.

마음 편하게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 하루라도 숙제를 주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몰고 다니던 1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서 코끼리의 장점과 토끼의 발 빠름, 개미의 부지런함을 갖춘 아이들의 숨겨진 장점을 드러내어 칭찬할 수 있는 도수 높은 안경을 준비하도록 채찍했던 우화였습니다.

2023년 새로 시작하는 3월, 코로나의 질긴 터널을 뚫고 멋진 출발선에 선 선생님과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옹골찬 기상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낸 저 수선화의 밝은 모습처럼 학교마다 즐거운 웃음이 넘쳐나길 빕니다. 소중한 아이들의 장점을 크게 보는 사자 같은 총지휘관 관리자와 선생님들이 펼칠 행복한 학교를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길고 긴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속에 아름다운 미소와 밝은 표정마저 숨긴 채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는 이방인처럼 살았던 시간들. 건강하기만을 빌었던 그 오랜 시간을 잘 견딘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이는 아름다운 3월이 되기를 빕니다. 맑디맑은 샛노란 수선화 같은 봄날이 달려오는 아침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