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우리학교로 전학왔다. 전학오는 경우는 이사를 오거나 무슨 사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님들은 일단은 전학을 오면 후자를 생각하고 걱정이 앞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교직원회의때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렸다. 이왕 정상적인 전학을 오게되는 학생에 대해서는 지난 과거는 묻지말고 우리학교에 오는 날부터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대해주자고 당부했다.
혹여나 전학오기 전 학교에서 떠밀려서 오는 아이를 우리학교에서 조차도 밀어내면 그 아이는 깊은 상처를 갖고 이 세상을 원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일 지나 담임선생님께 물었더니 전학 온 학생이 많은 손이 가야 할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그래도 인성은 좋은것 같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선생님이 고마웠다. 며칠 전 그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주라고 해서 보았는데, 얼굴도 꽤 잘 생겼고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공부를 잘 하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때는 꽤 공부를 잘했는데 중학교 올라와서 소홀히 했다고 솔직하게 말을 했다. 요즘은 뭘 좋아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랩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럼 여기서 랩 한번 해볼 수 있어라고 물었더니 덜렁일어나서 '한번 해볼까요?' 하기에 '좋아 한번 해봐' 했더니 30분 동안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손을 흔들며 신들린듯이 랩을 했다. 나는 처음으로 랩을 가까이에서 봤기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나혼자 보는게 너무 아까워 행정실 선생님들과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불러들여 보여주었다.
여학생들은 같이 몸을 흔들며 들어주었고 그 아이는 신이나서 멋지게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일부러 여학생들에게 이 학생은 내가 랩을 잘해서 우리학교에 스카웃을 했다고 했더니 아이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순식간이었다. 전학생도 기분이 업되는 순간이었다.
전학생에게 물었다. 너는 그러면 누구를 제일 존경 하고 좋아하고 했더니 '조광일 래퍼'라고 말했다. 난 조광일이가 누군지 몰라서 물었다. 랩의 황제라고 말했다. 한번 만나는 것이 평생소원이란다.
궁금해서 핸드폰에서 조광일을 검색해봤더니 공교롭게도 전에 내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에 학생이었다. 바로 그 학교 교감선생님께 조광일 연락처를 묻자 조광일 아버지가 얼마전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에 출연한 아들이 대상을 받아 현수막을 걸어 연락처가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연락처를 받자 마자 전화를 했다. 아버지께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통사정을 했더니 다음날 우리학교로 찾아오셨다. 나는 이 학교 교장으로 전학을 이제 온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고 했더니 오늘 광일이가 전북 어느고등학교 축제에 온다고 하면서 같이 동행해주겠다고 해서 나는 전학생을 태우고 축제장을 달렸다.
전학생은 꿈에 그리던 조광일을 만난다고 하니 차속에서 계속 랩을 하면서 갔다. 드디어 공연장에 도착해 조광일 아버지의 주선으로 공연전 상당한 시간을 전학생에게 할애해 상담 및 격려를 해주었고 사인지에 조광일 사인 및 기념촬영을 해주었다.
또한, 멋진 공연을 보면서 조광일을 계속 따라서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눈물이 났다. 데리고 광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전학생은 나에게 말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그리고 랩을 열심히 해 훌륭한 래퍼가 돼 다음에 교장 선생님을 공연장에 초청하겠다고, 지각 결석도 하지 않겠다고 시키지도 않은 말을 진지하게 했다.
이 전학생은 그 날밤 집으로 돌아가 책상을 정리하고 공부를 할 준비를 하더라고 부모가 전화가 왔다. 기적이 찾아왔다고 쉽지 않은 길을 우리 둘은 다시 항해를 하기로 했다. 격랑과 폭풍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전학생을 지지하는 많은 선생님의 지지와 저의 변함없는 사랑이 지속된다면 조광일을 넘는 래퍼가 탄생되리라 기대해 본다.
[전 광주서부교육장, 진남중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