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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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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
  • 김광호
  • 승인 2022.11.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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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양중학교 교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성경 구절인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에서 비롯된 서양 격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신(神)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도 조물주의 뜻이 반영될 것이라는 의미로 익혀진다. 과연 그럴까?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일까?

새롭다는 것은 기존의 선을 넘어서야만 가능하다. 흔히 어른들은 "선을 넘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이 말은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선을 넘어야 선 너머 무엇이 있는 줄을 알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움이요 창조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세계는 물로 구성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 이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은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바뀌어 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탈레스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절대 진리에 의문을 제기하고 선을 넘어섰다. 이것이 바로 물질로서의 세계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존재한다는 유물론이다.

17세기를 살았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자유낙하에 대한 이론 또한 바로 그 선을 넘어선 대표적인 예이다. 이천 년간 서양 과학을 지배해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유낙하에 대한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통해 무거운 물체는 빨리 떨어지고 가벼운 것은 천천히 떨어진다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했다. 

스티븐 잡스 또한 고정관념의 선을 넘어 21세기를 선도했다. 정말 엉뚱 그 자체인 스마트폰을 지구촌 사람에게 선물하지 않았는가? 핸드폰은 통화를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지만 스티븐 잡스는 선을 넘어서서 PC를 좁은 핸드폰 속에 넣어버렸다. 그로 인해 우린 음악과 영화를 감상할 뿐만 아니라 항공 및 숙박권을 예매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은행의 업무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학교는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교육목표의 선(線)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창의력이나 새로움을 강조하는 교육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에게 좁은 지식만을 강요하고 있다. 

그 지식은 다른 사고 체계에 의해서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지식을 안내하며 지킬 것을 강요할 뿐 그 선 너머에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주지는 못한다. 더 나가 그 지식을 익혀 시험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그 선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를 평가하고 또 평가해 훈장과 명예를 주고 있다.

진정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그 선만을 배워야 하는가? 그 선 때문에 방황하고 심지어는 반항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과연 아이들이 그 선을 넘으면 정말 큰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기도 싫은 사건이지만 세월호가 물에 잠기고 있을 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배 안에 그대로 있으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다른 선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 결과 어떠했는가? 선을 넘어야만 살 수 있는 아이들을 죽이고야 말았다. 누가 그 선이 정답이고 확답이며 삶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길이라고 말했는가? 바로 단편적인 지식으로 삶을 살았던 기성세대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우물 밖은 위험하니 안전하게 우물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그 속 좁은 지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지금도 힘들게 하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선뜻 선을 넘어서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 선의 의미를 획일화하고 규격화하여 좁은 사고를 강요하는 지식의 틀은 깨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그 지식에 대한 의심이 생길 때 과감하게 선을 넘어설 수 있으며, 그 행동에 당위성이 있을 때 신속하게 선을 넘을 수가 있다.

교육은 깨어나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선을 넘지 말 것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 선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없는가를 질문하게 해야한다. 결국 교육은 학생들에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항상 있다"는 격언을 생활화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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