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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광주·전남 일부 학교장 '출장백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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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광주·전남 일부 학교장 '출장백태' 눈길
  • 김두헌 기자
  • 승인 2022.11.1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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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행정사무감사 학교장들의 출장에 관한 몇가지 사례 정리
지금은 상상못할 1년중 161일 출장·대리등록 등 편법과 꼼수 난무
2007년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전남도교육청 매곡동 청사.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한창입니다. 지난 2007년 광주광역시·전남도교육위원회가 광역시의회에 병합되기 전 행정사무감사는 교육전문가들이 대부분 의원으로 활동하며 집행부 속사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했습니다. 당시에도 학교장들의 출장은 행정사무감사의 단골메뉴였는데요,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 청사를 출입하던 기자가 학교장 출장사례를 정리했던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지금 같으면 큰일이 나고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다양한 꼼수와 편법이 난무했습니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무려 15년전 풋풋하고 패기넘친 김두헌 기자의 기자수첩을 한번 읽어보시죠.]

지난 2007년 6월 15일부터 20일까지 본청과 지역교육청, 직속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남도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학교장들의 출장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일부 학교 교장들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도한 출장과 출장비 수령이 문제가 된 것.

이 과정에서 모 지역 고등학교 교장의 경우 1년중 무려 161일을 출장을 다녀오는 진기록을 수립했고 또 다른 교장은 출장비로만 무려 8백여만원을 수령해 빈축을 샀다. 물론 모든 학교장들의 경우는 아니지만 극히 일부 파렴치한 학교장들이 갖은 수법을 동원해 출장을 갈 명분을 찾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몇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추적해 봤다.

온갖 출장을 다 가는 유형= 교장경력 1년여의 초등출신 A교장은 정년이 3년여 남았다. 학교를 한군데 더 옮기고 정년퇴직을 하고 싶은데 현재 재직중인 학교로 초임발령을 받은지가 1년여밖에 되지 않아 여의치 않다. 좀 더 큰 학교로 전보돼야 할텐데 시간은 더디게만 흐른다. 학교라고 해봤자 고작 5학급에다 학생수도 90여명, 교직원수도 10여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광주에서 멀리 떨어져 출퇴근도 여의치 않아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가장 고민이다.

그래서 A교장은 출장을 갈 수 있는 공문이 오면 무조건 가기로 결심했다. 이같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와 관련이 없는 기관에서 초청장을 보내오면 아무래도 직원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A교장은 '무슨 이런데서 초청장을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척하며 기어코 출장을 가고 만다.

출장시간과 관계없이 온 종일 출장을 하는 사람=모 도서지역에 근무하는 중등출신 B교장은 요즘 골프에 재미를 붙였다. 도서지역의 출장은 최소 1박 2일로 출장처리되기 때문에 부킹만 잘 이뤄지면 예약도 어렵고 시간도 촉박한 주말에 비해 훨씬 여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월요일에 출장 일정이 잡혔을 경우, 일요일 오후 차타고 배타고 퀴퀴한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집인 광주에서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오후에 예정된 출장 장소로 직행하기도 한다. 또 오전에 출장이 끝나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가까운 친구들과 등산을 하다 늦은 저녁을 먹고 거나하게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 이튿날 아침, 학교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도 한다.

출장지에 등록(대리 등록)만 하고 개인 일을 보는 사람=광주 인근의 초등 출신 C교장은 요즘 집안일로 정신이 혼미하다. 자신의 부인에게 일처리를 맡겨놓았더니 일의 진전은 없고 학교로 전화만 수시로 걸려와 부인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마침 전남도내 초등교장들의 권역별 연수가 예정돼 있어 이참에 진전없는 집안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수에 참석하면 분명히 등록을 해야 할 것인데 걱정이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C교장은 '2백명이 훨씬 넘는 교장들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겠어'라고 안도한 뒤 인근학교 D교장에게 대리등록을 부탁하기로 한다. 하지만 D교장은 난색을 표하며 C교장의 청탁을 정중하게 거부한다. 또 한번 고민하던 C교장은 이번 연수는 아예 불참하기로 하고 개인 일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출장을 독식하는 교장=광주시내 중등 출신의 E교장은 어려서부터 밖으로 나돌기를 좋아해 부모님들로부터 '역마살이 끼었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어떤 모임이든 빠지지 않고 참석해 별명이 '개근상'이다. 교장이 되어서도 이같은 '역마살끼'는 발동돼 출장자가 교감 또는 교장이라고 명기돼 있지만 교감에게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또한 E교장은 수학여행이나 소풍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개근상이라는 별명에 맞춤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기타 학교장 출장 백태= F교장은 자신이 생각해도 권력지향적인 인물이다. 학교에 앉아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들여다 보는 일을 그야말로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신 지역주민들이나 실력자들과 유대를 돈독히 하는 일에 공을 들인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교육계의 거물이라는 사람과 어찌어찌해 약속을 잡았는데 어떻게 대접을 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고민이다. 정년을 5년여 남긴 F교장은 이참에 장학관으로 전직하고 정년에 맞춰 교육장에도 도전해 볼 생각을 갖고 있다.

G교장은 요즘 무협지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신묘한 내공을 자랑하는 백태 대사의 호쾌한 장풍, 소연낭자와의 이뤄질 듯 말 듯한 사랑놀음이 눈에 아른거려 무협지를 집어들지 않고서는 어떤일도 손에 잡히질 않을 것 같다. H교장은 바둑이 취미다. 바둑 TV를 통해 방송되는 이창호와 이세돌의 격전은 봐도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다.

2시간여를 바둑 TV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마치 자신이 바둑을 두는 것처럼 머리가 아파온다. 이때는 라디오를 틀어 흘러간 옛노래를 듣고 있으면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 같다. 내일 출장계획이 있지만 교감에게 가라고 해야겠다. 만사가 귀찮다.

한편 이와 관련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2007년 6월 25일 일선 교육청과 학교에 공문을 보내 '과도한 출장을 자제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전남도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일부 학교장의 과다한 출장으로 학교의 안정적 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각급 학교장은 불필요한 출장을 자제해 학교경영에 충실하고 물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참고로 지난 2006년 7월 31일, 학교운영위원들이 투표해 치뤄진 제5대 광주·전남 시도 교육위원 선거결과 광주에서는 박기훈(64·전 전남중 교장) 장휘국(55·교육위원) 전원범(62·전 한국교총회장 직대) 문동주(65·전 광주백일초등 교장) 서재의(54·전 한국스카우트 광주연맹장) 윤봉근(48·교육위원) 이승연(63·전 광주시부교육감)후보가 당선됐다.

전남에서는 나승옥(63·전 여수교육장) 유제원(61·교육위원) 민병흥(46·교육위원) 채귀석(64·전 여수양지초등 교장) 김명환(61·교육위원) 한이춘(61·전 교육위원) 서견용(66·교육위원) 서기남(62·전 여수교육장) 오병인(62·전 목포교육장)후보가 당선됐다. 괄호안의 나이는 당선 당시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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