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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같은 아이들 마음 읽어주고 공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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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같은 아이들 마음 읽어주고 공감하기 
  • 박주정
  • 승인 2022.10.2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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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정의 콩나물 교육(1)

오늘은 “마음 읽어주고 공감하기‘라는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즘 교장실은 북새통입니다. 쉬는 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와서 저를 보고 ’박투도 주투도 정‘ 인기드라마 우영우의 흉내를 내라고 계속 괴롭힙니다. 

깔깔거리며 돌아가는 그 애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쉬는 시간에 교정에서 만나면 우르르 몰려와서 전부 다 손벽 인사를 하자고 난리입니다. 참 학교가 천국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여학생은 교장실로 찾아와서 멀리서 볼 때는 못 생겼더니 가까이서 보니까 잘 생겼다는 둥 생각보다 키가 적다는 둥 떠들다 시작종소리에 쫓겨 교실로 달려갑니다   

이렇게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잘 모르는 학부모님이 찾아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학교 학부모는 아니지만 자기가 너무나 힘이 들어서 자녀 상담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합니다. 그분의 아이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주 학교를 잘 다니고 모범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1이 돼서부터 자기가 공부를 하는 만큼 실력이 안나오니까 방황을 하면서 전학을 여러 번 다니다가 이젠 부모도 아이도 지처서 손을 놓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는 완전히 마음이 피폐해져 버렸고 이제는 선생님께 반항까지 하며 부모 말까지 듣지 않는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곧 얼굴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만큼 힘들어 했습니다. 나는 아이를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고 학교시간이 끝나고 밖에서  만났습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고 그 아이가 3년 가까이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고통받고 상처받고 잘하고 싶은데 안 되는 그 마음을 독백하듯이 읽어주었더니, 불량하게 앉아있던 모습을 바로 고쳐 세우고 계속 울고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마음을 읽어준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까지 서럽고 힘들었던 게 한 순간에 녹아내린 모양입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나자  그 학생은 신들린 듯이 자기의 심정을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에게 미안하고 선생님께 죄송하고 그리고 자기도 너무나 힘들어서 죽고 싶어 자해를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저는 숨을 고르면서 제안을 했습니다. 너의 꿈이 무엇이냐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하면되겠는가를 물었습니다. 막연하게 이야기 한 것을 구체화 시켰습니다.  그 아이는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교장선생님 다시 한번 해보겠어요. 할수 있을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계속 저한테 카톡이 옵니다. 즐겁다고. 그리고 해보겠다고, 언제든지 너의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네 편이 되줄 것이라고 나는 약속했습니다. 그 아이는 이틀 만에 정말 거짓말 같이 살아난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정말로 감사하다고 아이가 기운을 차리고 자기 방을 정리하고 교복을 다리고 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유리알 같습니다. 조금만 따뜻하게 해주면 금방 마음을 곧 잡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일일지 아닐지는 더 두고봐야 겠지만  다시 힘들어할 때 다시 개입하면 될것입니다. 간단합니다. 마음읽어주고 몰입해 들어주고 구체화 시켜주는 것! 그 학생이 다시 힘을내어 환하게 웃고 자기의 꿈을 이뤄 갈날이 지난할지 모르지만 기다리고 기도할 것입니다.

[전 광주광역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진남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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