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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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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참사
  • 구신서
  • 승인 2022.09.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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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서∥전남대 박승희 열사 장학재단 이사장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 때문이거나 국가 재난이나 최근 심각해지는 국내외의 경제상황 때문이 아니다.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검찰출신의 대통령 때문이다. 영국조문 패스, 기시다 일본총리를 찾아가는 굴욕간담회, 바이든 미대통령 몇 십초 스탠딩 미팅은 차치하고 미 의회 연설 후 당사자가 미 의회를 상대로 막말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국제외교무대에서 욕지거리를 하는 ‘외교 대참사’를 저질러 놓고서도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그 내용을 왜곡시키고 심지어는 언론을 대상으로 재갈을 물리는 시도를 서슴치 않고 있다. 귀국 후 기자들 앞에서 경위 설명이나 본인의 대국민에 대한 사과 없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 이라면서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언론에 역공을 가했다. 

이제는 국민의 힘 여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대통령 발언을 기조로 삼아 대대적으로 발언내용을 바꾸고 사실을 부인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자체가 없었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불과 5년의 임기를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집권세력은 권력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고 국민들을 무지한 객체로 생각하는 듯하다. 

국정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나 미래에 대한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대통령 선거운동 중이고 이런 방식의 국정운영은 임기 내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나라경제와 환율인상을 걱정하고 있다. 집권초기에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치는 희한한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은 어떤 외부적인 요인이나, 야당, 국민들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세력으로부터 비롯됐다. 국민에게 희망은 주지 못한 채 내부 권력투쟁과 끝없이 사고치는 대통령과 그 부인, 여당대표, 그리고 권력 언저리에 있는 자들에서 시작되었고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나 반성 없이 이런 일들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 나라와 국민의 불행이다. 

정치와 교육은 말로 하는 것
대통령실과 정부 주요직책에 평생을 검사로 살았거나 현직 검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추측건대 죄 있는 자들을 데려다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인격모독을 자행하는 일상적 언어습관, 걸음걸이, 모든 사람을 죄 있는 자로 보는 시각, 사건조작 등이 이번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먹이사슬의 최상층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 평생을 살아 있는 집단들의 한계와 품성들의 한 측면이 드러난 것이다. 

법전만 끼고 살다가 임용된 젊은 검사는 지역의 모든 기관장, 토호세력, 업자들이 자신의 발아래 있음을 깨닫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듣고 싶은 데로 듣는데 익숙해졌고 토론이나 경청은 자신의 영역이 아닌 채로 성장했다. 누구하나 간섭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시간을 살아온 것이다.

지시나 명령, 복종의 조직문화에서 소통하고 협력의 가치를 갖지 못했음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이제 그들 중 한명이 최고 권력을 잡았고 그 세력들은 최고 권력자를 보위하거나 동반자적 입장에서 정부 주요 위치를 차지했다. 의전이나 관례보다 권력자의 결정이나 의중이 판단의 기준이 되고 참모들은 불편한 내용은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권력자에게 말을 하지 않는 집행부, 정제되지 않는 말을 하는 권력, 작금의 모든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욕하는 대통령에 대해 묻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을 내놔야 할 것인지 교사들과 교육현장은 답답하다. 대통령도 욕하는데 교사나 같은 학생들에게 쌍욕을 한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심의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수장 방치한 몇 개월 만에 교육부 폐지론자를 장관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새 교육부 장관후보로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전 총장이 지명됐으나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의혹, 교육부 징계 전력, 제자 논문 짜깁기 전력, 친일 전력이 있는 설립자 동상 일방적 추진 등 대한 국민의 반발로 지명 21일 만에 낙마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여러 논란과 부정적 여론임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음주운전 경력, 논문 중복게재 및 부풀리기,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5세 하향 학제 개편 등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취임 36일 만에 사퇴했다. 

9월 28일 대통령 취임 넉 달 이 다 돼서야 이명박 정권에서 MB 교육정책 설계자로 지칭되는 이주호 전 장관이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개인적으로 정관용 교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주호 장관 후보자와 설전을 한 경험이 있다. 본인의 수월성 교육철학에 대한 소신이 뚜렷하다는 느낌이었다. 

장관으로 임명돼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교육단체와 국민들의 반발로 정책의 상당부분은 뿌리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추진했던 일부 정책들이 지금도 교육황폐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는 전국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일제고사 추진과 평가결과 공개, 소위 귀족학교로 불리는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의 확대,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 

고교 서열화로 인한 일반고 황폐화의 가속화 등은 지금도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정부 여러 부처에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선거 공약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 정부에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이미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은 장관을 다시 임명하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 대한 무시고 교육에 대한 무지함에 다름 아니다. 

우리교육의 실종위기
지금 시기는 정부부처, 시·도 및 시·군 지자체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 시·도 및 시·군의회의 의결을 통한 내년도 사업추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장관 임명은 청문회를 거쳐 국회 임명동의안이 의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정부출범 4개월여의 시간이 다됐지만 교육부는 장관 없이 이런 일들이 진행될 전망이다. 

정책 없이 예산이 편성되고 있거나 기존 관성대로 진행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초·중등 예산을 대학 예산 지원까지 포함시켜 초·중등 교육지원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장관이 나서서 방패막이 돼야 하는데 이주호 장관으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교육현안은 수두룩한데 교육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정치와 선거논리로 주요 일들이 추진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장기적, 미래적 관점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오랜 논의와 합의 과정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교위 인사마저 당파적으로 위원장을 임명했다. 교육정책 비전문가이고 박근혜 정부 시절 친일 독재 미화, 역사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이배용 전 한국학 중앙연구원 원장을 임명했다. 

이배용 위원장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친일과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결국 폐기된 국정교과서 발간을 주도했다. 국회 추천위원은 성격상 입장 차이에 따라 추천이 다를수 있지만 적어도 대통령 추천은 중립적이고 교육적인 인물이 지명됐어야 옳다. 대통령은 국교위법 제1조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어기고 있다.   

전남교육도 불안하다 
지금은 3년간의 긴 코로나 팬데믹의 터널 끝이 보이는 희망이 비치는 시기다. 그동안 일상의 파괴, 많은 사람이 홀로 외롭게 죽어 갔고 아팠다. 학교도 그동안의 온·오프라인 등교와 수업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6월 지방자치 선거가 끝나고 도교육청 인수위가 교육감 취임 이후까지 두 달여의 시간을 활동했다.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접할 기회가 없어 정책이나 사업집행 경로에 대한 언급은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하겠다. 특히 정부를 비롯한 모든 시·도와 시·군 지자체장, 시·도교육감 출범의 첫 바로미터는 인사다. 전남도교육청의 이번 9월 인사는 그야말로 ‘인사 참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거나 지지활동을 하는 행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인을 불법적 행위인 선거에 적극적이었다는 이유로 주요직책에 임용했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이나 본청 주요 간부를 다른 곳으로 전보시켰다. 심지어 임기가 남은 기관장을 다른 기관의 부서장으로 보내는 징계 수준의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폭거에 다름 아니다. 또한, 도교육청 업무에 임기직으로 근무했던 자가 퇴직 후 선거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후 공모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쳐 자신의 사업과 업무관련성이 밀접한 부서의 총책임자로 임용됐다

선거에 당선돼 도민으로부터 교육집행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것은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제대로 투명하고 청렴하게 집행하라는 뜻이다. 도교육청 인수위가 끝나고도 부서별 사업방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예산을 편성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본청 국과장이 의회에 출석해 내년도 사업에 대한 상식수준의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뒷소리가 흉흉하다.

사업 없는 예산은 없다. 예산 없이 사업집행 또한 할 수 없다. 사업부서의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간부 수준에 대해 의원들을 비롯한 참관을 한 다수의 혀 차는 소리가 크다. 정책과 사업의 방향은 학교현장의 지원과 변화, 전남 아이들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나 학교는 어떤 변화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예산 감축에 따른 교원감축을 고민 없이 그대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모든 학교는 내년에 우리 학교에서 어떤 과목의 어떤 교사가 떠나야 할 것인가를 놓고 수차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기한내에 보고하기 위해 무리를 하고 있다.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음은 자명하다. 도민은 전남교육을 위해 잘못된 정부의 정책에 싸우는 교육감을 원할 수도 있다. 무능한 정권의 충실한 하급기관의 수장으로 교육감을 선택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4년의 기간은 짧다. 축구경기에서 똥 볼을 찰 수도 있지만 경기 내내 운동장만 뛰어 다니다가 골 하나 못 넣고 전후반 열심히 뛰었다고 좋은 평가를 바랄 수는 없다. 전남교육이 성장하고 현 집행부가 성공하길 바라는 쓴 소리가 약이 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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