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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이 속의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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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이 속의 연꽃 
  • 김 완
  • 승인 2022.07.3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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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22)

매우 오랜만에 무안연꽃축제를 찾았다. 7월 하순, 한여름에 펼쳐지는 무안군의 축제다. 무안군 일로읍 복룡리 회산마을에 있는 백련지에서 펼쳐진다.

회산백련지는 일제강점기에 복룡지라는 저수지로 조성됐고, 1950년대 중반, 그 저수지에 마을 주민들이 백련을 심어서 자연스럽게 확장 번식됐다. 

1981년 인근에 영산강하구둑이 조성되면서 저수지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되자 번성한 연꽃을 이용해 관광사업으로 발전했다. 둘레가 3Km, 면적이 33만㎡로 동양 최대의 규모이고, 열리는 축제 또한 대단한 규모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랑하고 있다.

광대한 자연 속 연꽃의 향연을 마음껏 누리다가 문득 몇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의 일이다. 시골의 작은 면단위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5월 무렵, 갑자기 교실 앞 운동장 가장자리에 큼지막한 다라이가 줄지어 들어섰다. 어림잡아 아이들 수만큼이었다. 이튿날엔 통마다 아이들의 이름이 그럴듯하게 붙었다. 

낯선 풍경에 담당 선생님께 어떤 연유인지를 물었다. 아이들의 관찰 프로그램으로 3년째 실시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라이 속에 연꽃 씨앗을 넣어서 자라는 모습을 개인별로 관찰하고 기록한다고 했다. ‘이게 잘 자랄까?’ 통 속을 들여다보니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통 속의 연꽃을 아이들과 함께 들여다보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까만 씨앗에서 싹들이 움을 텄다. 이어서 줄기가 되어 자라나기 시작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매우 희열감을 주었다. 7월이 되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경쟁적으로 꽃이 피더니 어느덧 휑하던 운동장 주변을 하얀 백련꽃으로 장식했다. 아이들은 그때 그때의 변화를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찍으면서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1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관찰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연꽃관찰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했다. 

학교에서 이러한 특색프로그램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계해 운영한다. 2015 초등학교 과학과 교육과정은 자연 현상과 사물에 대해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와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앎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교과 이외의 활동이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연꽃관찰은 매우 의미있는 교육활동이었다.

그해 연말이었다. 모든 교직원이 모여 당해 학년도의 학교교육과정 평가회를 가졌다. 당연히 연꽃관찰프로그램도 논의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다른 활동으로 논의의 주제가 바뀌려는 순간이었다. 교육경력이 매우 짧은 선생님이 가만히 손을 들었다.

“글쎄요. 내년이면 4년째인데, 매년 다라이 속에 핀 연꽃을 관찰한 우리 아이들은 연꽃이 어떤 곳에서 자란다고 인식할까요?” “혹시, 연꽃은 다라이 속에서 자라는 식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매우 중요한 지적이었다. 꺼져 가던 논의가 다시 이어졌다.

“맞아요. 내년에는 우리 아이들이 연꽃이 자생하고 있는 장소로 가서 관찰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버스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연꽃 한 줄기가 어떻게 자라고 꽃을 피우는지를 알아보았으니 자연 속에서 군집해 자라는 연꽃을 관찰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듬해의 관찰은 연꽃이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인근의 저수지에서 이뤄졌다. 학교교육과정에 관찰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정기적으로 날짜를 정해 소풍 같은 공부를 하게 됐다. 아이들의 머리에 피었던 다라이 속의 연꽃은 자연 속에 넓게 펼쳐진 연꽃으로 아이들의 가슴에 더 풍성하게 피어났다.  

[청계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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