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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셈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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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셈 돌
  • 박윤자
  • 승인 2022.06.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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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자∥나주교육지원청교육장

아파트 인근에 예쁜 수변 공원이 있다. 공원 중앙에 있는 커다란 연못에는 매끄럽고 널따란 연잎들이 강한 생명력을 자아내고 있고, 연꽃 방죽 주변으로는 걷기를 할 수 있는 데크가 설치돼 있다. 

또한 크고 작은 운동기구, 벤치, 흔들 그네, 농구장, 공연장과 관람석 등 공원을 꾸며주는 다채로운 것들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쉼터, 놀이터, 만남의 장소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 역시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할 겸 수변 공원을 몇 바퀴씩 돌곤 한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두 바퀴째 돌기 위해 출발하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데크 모서리 한켠에 작은 돌 하나를 놓고 앞서서 걸어가셨다. 

다시 또 한 바퀴를 돌고 처음 출발장소에 왔는데 그 아주머니가 또 같은 크기의 돌을 주워 조금전 놓은 돌 옆에 놓으시고 다시 걸으셨다. 아주머니는 한 바퀴씩 돌고 올때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셨다.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기억이 흐려져 셈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몇 바퀴 돌았는지 기억하기 위해 표시해 놓은 셈 돌이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많아진 반면 기억력은 점점 줄어드니 자신만의 기억 방법이 필요했었나 보다. 요즘은 대부분 사람들이 만보기를 소지하고 다니기 때문에 셈 돌을 놓는 경우는 드물지만 무척 오랫만에 마주한 아날로그 방식이 꽤 정겹게 느껴졌다.

오래전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바둑돌이나 산가지로 수세기를 지도했던 여러 가지 방법들, 체육시간 운동장 바닥에 숫자를 새겨가며 점수를 적었던 일, 돌멩이를 놓아가며 승패를 알기 쉽게 나타냈던 일.

이러한 다양한 아날로그 방식의 표현 방법을 사용했기에 편리함과 정확성을 필요로 하게 되고 과학적인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 발전을 가져 오게 된 것이다. 또 언젠가는 오늘날 첨단이라 여겼던 많은 것들이 구식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움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창조는 늘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로 건너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덕분에 디지털 기기인 만보기에 의존하지 않고 오랫만에 맛보는 추억의 아날로그 방식에 따라 원하는 셈 돌 갯수가 되자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주머니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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