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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남편 기부 약속 '30년만에 지킨 가족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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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남편 기부 약속 '30년만에 지킨 가족 화제'
  • 김두헌 기자
  • 승인 2021.05.22 01: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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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진학 상담차 벌교고 방문한 아버지 열악한 운동장 보며 모래기부 결심
갑작스런 사고로 기부 약속 못지키고 사망 '아내 경기도로 이주 요식업 종사'
아내가 당시 기부약속 기억 '아들, 딸과 함께 30년만에 기부 약속 지켜' 훈훈
지난 5월 21일 벌교고를 방문한 유점분 여사와 가족들이 학교발전기금 천만원을 기탁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벌교고등학교

[호남교육신문 김두헌기자] 30년전 남편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부인과 자녀들이 벌교고등학교(교장 최재화)를 방문해 일천만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유점분(73세)여사와 아들, 딸이 미담의 주인공. 5월 21일 벌교고 교장실을 찾아온 이들이 발전기금을 전달한 사연은 유점분 여사의 아들인 김성완(50세, 1992년 벌교고 졸업)군이 벌교고에 재학중인 1990년까지 3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완 군의 부친인 故김항섭씨가 아들의 진학 문제로 담임교사를 만나기 위해 당시 벌교고를 방문했다. 김씨는 당시 벌교고등학교의 운동장 노면 상태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개교 초창기 벌교고는 학교 시설면에서 미비한 면이 많았고 특히 맨땅인 운동장은 곳곳이 패어 있었다.

그처럼 열악한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체육 활동을 하는 모습을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서 지켜 본 김씨는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후 학교 운동장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고심끝에 김씨는 학교측에 운동장 패인 곳을 메울 수 있는 트럭 10대분(당시 한대당 10만원 추산)의 모래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항섭씨가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 후 유점분 여사는 경기도 지역으로 이주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음식점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세월이 한참 흐르면서 자녀들도 성장해 자리를 잡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하던 유점분씨는 30여 년 전에 못다 이룬 남편 김항섭씨의 약속이 생각났다고 한다.

곧바로 자녀들과 상의한 후 비록 늦었지만 남편과 부친의 기부 실천을 실행하기로 하고, 모래기부 대신 학교발전기금 일천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벌교고 운동장은 인조잔디 운동장으로 30년 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이번 유점분 여사의 학교발전기금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최재화 교장은 "코로나19 펜더믹 상황에서 세상살이가 더욱 각박해졌다고들 하는데, 이런 훈훈한 미담이 우리를 위로한다"면서 "이번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한 유점분 여사와 아들, 딸의 감동깊은 사연을 교내방송을 통해 350여명의 재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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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2021-05-25 22:11:46
멋있으십니다!! 응원합니다~

박경훈 2021-05-25 22:08:00
매우 훈훈한 기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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