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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아닌 ‘학교’, 꿈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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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아닌 ‘학교’, 꿈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 제2기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11반 일
  • 승인 2016.08.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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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11반 일동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아진나짜찌반(러시아어로 “11반”이라는 뜻) 학생들입니다. 우선 우리 열차학교에 관심을 가져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우리 반은 얼마 전 러시아 열차학교 안에서 토론자료를 찾다가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에 대한 선생님의 소중한 칼럼을 접하게 됐습니다.

열차학교 2기생으로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우리는 순간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선생님의 조언은 우리가 다녀온 열차학교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열차학교에 대해 지적해 주신 내용 중 귀담아 들어야 할 점도 많으나, 몇 가지 오해도 있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어, 우리들의 의견을 모아 이 글을 올리니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첫째, 선생님의 칼럼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60회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우리 열차학교를 단기간의 ‘여행’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여행’의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의 충고는 부분적으로 수긍이 가지만, 우리 열차학교는 장기간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엄연한 ‘학교’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약자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일하는 리더 양성”이라는 교훈 아래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말까지 7개월 동안 독서토론을 비롯해 진로탐색, 문화교류, 역사탐방, 책쓰기 등 사전, 사후캠프를 통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16일간의 시베리아 대장정은 열차학교의 한 부분으로 책을 통해 알게 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직접 보고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서로 진지하게 토론하며 자신의 삶과 세계를 개척하는 리더의 힘을 기르는 야심찬 도전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선생님께서는 러시아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여행지로 적절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 때문에 오히려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웠고, 다양한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또한 우리 열차학교는 ‘통일 한반도를 꿈꾸며 평화와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선도할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차 통일과 유라시아 진출 시대를 대비해 중국과 러시아는 필수적으로 우리가 이해하고 접해야 할 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고등학생들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영어권 나라들보다, 러시아와 같이 그리 익숙하지 않지만 잠재력이 큰 나라를 탐방하는 것은 언어의 소통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러시아는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기에 부족한 곳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탐방했던 연해주는 스탈린 시대 우리 민족이 강제 이주 당한 아픈 흔적을 가지고 있는 땅이며 동시에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절대 뺄 수 없는 곳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서 안중근 의사, 이상설 선생님, 최재형 선생님께 참배를 올리며 그분들이 태극기 앞에서 당당하려 했듯이 우리들도 그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후손인 안라이사 할머니를 만나 부끄러움과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한국에서 모금한 작은 성금과 선물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넷째,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독서와 토론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고도 하셨습니다. 단순한 편리함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협소한 공간, 소음, 흔들림 등 불편한 상황을 친구들과 함께 이겨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더 끈끈해진 결속력으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가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도 했습니다. 알움토론, 피라미드토론 등의 취지에 맞게 서로간의 찬반의 거리를 좁히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배웠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열차 안에서 식사 해결 문제, 세수도 제대로 못하는 열악한 환경 등을 염려해 주셨습니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처럼 힘든 체험을 통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지혜를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음에 열차학교를 지원하게 된 동기도 평소 해보지 못한 힘든 체험을 통해 더 큰 성장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대장정 후 변화된 우리 자신 속에서 확인했습니다.

코끼리를 보고 어떤 장님은 나무기둥이라 말했고 다른 어떤 장님은 절구통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은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견해 역시 관점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글을 보시고 열차학교에 대한 선생님의 오해가 조금이나마 해소된다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조언은 내년 후배들의 열차학교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우리 열차학교에 관심 가져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저희들을 위해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영국이 세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너희들은 발해와도 바꾸지 않을 인재가 되라”는 교육감님의 당부에 응답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공부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목상고: 오보현, 광영고: 권아연, 전남외고: 임예원, 목포정명여고: 김신영, 영암고: 유강현, 백제고: 김태관, 여수충무고: 정광운, 창평고: 송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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